서울교육청 ‘장학사 사고팔기’ 비리 사슬 어디까지…구속된 장학사와 함께 현직 교사에 수뢰혐의
서울시교육청의 인사 비리에 연루된 의혹을 받아온 인사담당 장학관 출신의 현직 교장이 검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성윤)는 16일 서울 강남지역 모 고교 교장 장모 씨(58)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이날 오전 교장 집무실에서 체포했다고 밝혔다.
2007∼2009년 서울시교육청에서 인사 담당 장학관으로 근무한 장 교장은 재직 당시 같은 부서에 근무하던 임모 장학사(50·구속)가 현직 교사들로부터 “장학사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주겠다”며 돈을 받은 것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검찰은 장 씨가 임 장학사의 차명계좌에 연결된 통장으로 돈을 챙긴 정황을 파악하고 내사를 벌여왔다. 이에 대해 장 씨는 사실무근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나 검찰은 장 씨의 혐의가 드러나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장학사가 구속된 데 이어 인사담당 장학관 출신의 교장까지 체포됨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의 인사비리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사건이 처음 불거진 것은 지난해 12월 임 장학사와 고모 장학사(50·여)가 술자리에서 다툼을 벌이면서부터다. 오랜 지인이던 두 장학사는 대화를 나누다 의견 충돌을 빚었고 고 씨는 흥분한 상태에서 구두 하이힐로 임 씨를 폭행했다. 그래도 분을 이기지 못한 고 씨는 경찰에게 “이 사람이 장학사 시험에 합격시켜 주겠다며 2000만 원을 받아갔다”고 털어놓은 데 이어 “또 다른 교사도 임 씨에게 돈을 건넸다”고 진술한 것이 인사비리 수사의 단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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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인사를 총괄하는 인사담당 장학관이 체포됨에 따라 그동안 소문으로만 무성하던 교원 인사비리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장학사 인사는 보통 장학관 선에서 안을 마련한 뒤 담당 국장 등 상관의 결재를 받기 때문에 윗선도 인사비리에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은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학벌, 출신지역별로 파벌을 이루고 인사를 놓고 돈을 주고받는다는 불만이 많았다”며 “직원들은 ‘언제 또 누가 잡혀가느냐’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등 뒤숭숭하다”고 말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