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록으로 본 호암 이병철 회장의 경영철학
1983년 11월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본관에서 호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왼쪽)와 애플의 스티브 잡스 현 최고경영자(왼쪽에서 두 번째)가 함께 포즈를 취했다. 긴 머리에 양복을 입은 젊은 잡스의 모습이 이채롭다. 호암은 잡스에게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사업을 하고, 인재를 중시하며, 다른 회사와의 공존공영 관계를 중시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 제공 삼성그룹
“사람이 기업을 하는 동기 중에는 금전욕을 뛰어넘는 창조적 충동이라고 할까, 무엇이든지 값어치 있는 것을 누구보다도 먼저 앞장서서 만들어 내고자 하는 본능과 이에 따르려는 의욕이 있는데 우리는 흔히 이것을 과소평가하거나 무시하려는 경향이 있다. 진정한 의미의 기업가 정신이란 바로 이러한 본능과 사회적 책임감이 잘 화합되어서 우러나오는 것이라고 믿는다.”(1980년 2월 2일 간담회에서)
1953년에 세운 제일제당으로 호암은 이미 많은 돈을 벌었다. 하지만 호암은 이듬해 곧바로 제일모직을 설립했다. “한국은 할 수 없다”는 미국 업자들의 비아냥 속에서도 수입을 대체할 생필품인 모직을 만들어야겠다는 집념으로 6개월 만에 국제 수준의 최신 공장을 건설했다. “나는 사업을 통해서 ‘기업은 사람’이라는 원리를 잠시도 잊지 않고 실천해왔다. 국가의 발전이 탁월한 정치가에게 달렸다면 기업의 발전은 유능한 경영자에게 달려 있다. 삼성이 발전한 것도 결국 남보다 유능한 인재를 많이 기용한 결과라고 하겠다.”(1980년 7월 3일 전국경제인연합회 강연에서) 호암은 “삼성은 인재의 보고라는 말보다 나를 즐겁게 하는 것은 없다”고 했을 정도로 인재제일주의 신념을 지켰다. 호암의 경영철학은 서울 중구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본점 12층에서 신세계갤러리가 16일까지 여는 ‘묵향(墨香)에 담긴 호암의 정신’ 전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호암의 서예작품 31점과 유품, 사진 등을 모은 이 전시는 신세계 본점에 이어 신세계 부산 센텀시티점(18∼23일), 신세계 광주점(3월 2∼8일) 등으로 이어지며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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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