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삼성과 롯데의 플레이오프 7차전. 3-5로 패색이 거의 짙던 롯데의 9회초 마지막 공격, 1사 1루에서 대타로 타석에 들어선 임수혁은 삼성 임창용의 바깥쪽 낮은 공을 걷어 올려 홈런으로 연결하고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필자는 당시 3루측에서 이 경기를 지켜보았다. 유학생활을 마치고 그해 가을 귀국해서 처음 현장에서 본 게임이 바로 임수혁을 영웅으로 만든 플레이오프 7차전이었다. 롯데 팬들에게는 유두열의 1984년 한국시리즈 7차전 역전홈런과 더불어 가장 극적인 장면으로 남아 있으리라.
2000년 잠실 LG전 사고이후 거의 10년 동안 투병생활을 해온 임수혁이 결국 팬들과 영원히 작별했다. 임수혁이 1994시즌부터 2000시즌까지 포수 마스크를 쓰면서 통산 448경기에 출장해 기록한 345안타 47홈런 257타점 타율 2할6푼6리는 기록으로만 보면 평범할 수도 있다. 단지 중요한 순간마다 터진 ‘한방’이 적어도 롯데팬에게는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있다.
어린 시절 부유하게 자라, 정서적으로 여유가 있는 호인(好人)이었으며 은퇴 이후에도 야구계에 기여할 수 있는 인물로 평가받았던 임수혁. ‘못다 핀 꽃 한 송이’는 바로 임수혁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가끔 그의 근황이 전해질 때마다, 야구계는 가슴속에 무거운 돌덩이를 안고 사는 기분이었다. 아직도 미흡하지만, 임수혁 덕분에 2군 경기에도 의료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명대학교 체육학과 교수
요기 베라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경구를 좋아한다.
스포츠에 대한 로망을 간직하고 있다
현실과 로망은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로망과 스포츠의 '진정성'을 이야기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