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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선의 투자터치]증시와 적절한 거리둬야 유혹에 안 흔들려

입력 | 2010-02-08 03:00:00

[이번주 격언: 외로운 늑대가 돈을 번다]

시장은 대중심리의 집합체
너무 가까우면 대세에 휘둘려

주변서 큰손실로 전전긍긍때
서서히 주식 살 준비 나서야




깊은 산속의 한 암자에서 홀로 도를 닦는 고명한 도사가 있었다. 그의 도가 대단한 경지에 이르렀다는 소문이 퍼지자 나라에서는 그를 높은 자리에 기용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쓰고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다만 그 도사는 오직 주식투자를 통해서만 속세와 인연을 맺고 있었다. 어느 날 증권사 영업직원이 도사에게 전화를 해 “증시가 조정기에 돌입할 것으로 판단돼 오늘 보유 주식을 다 팔았다”며 “조정기간이 길어질 것 같으니 한 달 정도만 현금으로 놔두고 추이를 관망하자”고 말했다. 도사도 그 직원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선뜻 동의했다. 도사가 암자의 벽을 바라보며 수도를 계속하길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났다. 3일째 되는 날 아침 도사는 도저히 참지 못하겠다는 듯 벌떡 일어나 휴대전화를 집어 들고 허겁지겁 증권사 직원에게 전화를 했다. “오래 쉬면 뭐 하겠소? 많이 빠진 종목 중에서 한두 개 골라 다시 삽시다!”

웬만큼 투자경력이 있고 인내심이 있는 투자자들도 계좌에 현금이 있을 때는 좀처럼 참지 못한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주식을 팔고 나서 계좌에 현금이 들어오면 그 즉시 ‘이번에는 또 어떤 종목을 매입해야 하나?’ 하는 고민에 빠진다.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자문하기도 하고 신문 경제면, 증권사 자료, 인터넷 주식카페 등을 뒤적이거나 찾아다니면서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종목을 골라 계좌에 다시 채워 넣는다.

마치 계좌에 현금이 남아 있으면 무슨 큰일이라도 생기는 것처럼 불안해하고 항상 주식을 갖고 있어야 안심하는 투자자들이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현금을 보유한 상태로는 단 며칠도 참지 못한다. 그러나 주식투자를 할 때는 증시에 현재 상장돼 있는 1700여 개의 기업뿐 아니라 ‘현금’이라는 종목도 하나의 투자대상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실제로 주식으로 성공하는 사람들은 주식보유 기간보다 현금보유 기간이 더 길다.

증시는 강세장이라고 하더라도 상승국면과 조정국면이 계속 반복되면서 추세를 만들어 나간다. 늘 주식만 갖고 있는 투자자는 상승국면에서 힘들게 얻은 이익을 조정국면에서 순식간에 잃게 돼 장기적으론 만족스러운 투자성과를 내기 어렵다. 일반 투자자들은 상승국면의 이익보다 조정국면에서의 손실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말 좋은 주식을 찾아내고도 이미 다른 주식에 물려 있어 선뜻 매도하지 못하고 그저 바라만 보는 일도 있게 된다. 증시는 항상 열리는 것이고 좋은 종목은 늘 새로 탄생하기 마련이므로 시장이 그다지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조급하게 보유 현금을 모두 소진할 필요가 없다.

내가 아는 어느 투자 고수는 주식을 다 팔고 쉴 때라고 판단이 서면 아예 해외여행을 가버린다고 한다. 국내에 있으면 여기저기서 투자할 시점이라는 둥 자꾸 전화를 하고 본인도 주변 사람들에게 휘말려 처음의 각오와 다르게 서둘러 주식을 사게 되기 때문이란다. 이 고수가 한동안 해외여행을 하거나 유학 중인 자녀들을 만나고 돌아오면 주가도 많이 떨어져 있고 증시의 조정기도 어느 정도 끝나 갈 무렵인 때가 많았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이 큰 손실을 본 상태에서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 서서히 주식을 살 준비를 하면 크게 실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헝가리 태생의 무용수로 1950년대에 미국 월가에서 크게 성공한 개인투자자이며 ‘나는 주식투자로 250만불을 벌었다’라는 책의 저자이기도 한 니콜라스 다비스는 무용가라는 직업적 특성상 해외공연이 많은 편이었다. 그는 해외공연을 할 때면 월가 현장에서 떨어져 있다는 것이 불안했다고 한다. 장기간 해외공연을 나갈 때에는 불가피하게 투자종목 수를 줄일 수밖에 없었는데 나중에는 이 방법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또 증시와는 적절한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고 했다. 시장은 심리의 집합체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대세에 휘둘리기 쉽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가 큰 수익을 거뒀을 때는 월가에서 떨어져 있을 때였고 그는 ‘외로운 늑대가 돈을 벌게 된다’고 강조했다.

주식과 현금의 보유 비중을 시장의 흐름에 따라 적절히 조절할 줄 아는 자제심만 있어도 주식투자에서 반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연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연줄을 전부 풀어서는 안 된다’는 증시격언도 같이 되새겨보자.

박용선 SK증권 리서치센터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