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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스포츠] ‘블레이즈 오브 글로리’ 男男페어? 배꼽잡는 은반스토리

입력 | 2010-02-06 07:00:00

‘남자-남자’ 페어…배꼽잡는 은반 스토리



 피겨스케이팅을 소재로 한 코미디 영화 ‘블레이즈 오브 글로리’에는 김연아 같은 은반위의 요정이 아닌 은반위의 짐승, 남자-남자 페어가 전하는 화끈한 웃음이 넘친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한국의 김연아와 일본의 아사다 마오가 싱글이 아닌 페어 부문에 짝을 이뤄 환상적인 연기를 펼친다면? 국적이 다른 두 피겨스타가 한 팀으로 올림픽에 나설 수도 없으려니와 남녀 한 쌍이 짝을 이루는 페어에 여자선수만 참가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엉뚱한 상상이지만 머릿속에는 아름다운 그림이 그려진다.

인간의 상상력을 오히려 한 발 앞지르며 발전해온 영화가 이처럼 기발한 소재를 놓쳤을 리 없다. 조쉬 고든 감독의 스포츠코믹영화 ‘블레이즈 오브 글로리(Blades of Glory)’가 그렇다.

채즈(윌 퍼렐)와 지미(존 헤리)는 세계랭킹 1위를 다투는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의 스타들이다. 김연아와 아사다처럼 전 세계 은반을 주름잡던 두 사람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공동 수상한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심이 결국 폭발해 시상식장에서 난투극을 벌였고 두 사람은 동시에 솔로 피겨스케이팅 출전자격을 영구적으로 박탈당한다.

3년 뒤 이벤트회사 직원과 신발가게 점원으로 추락한 채즈와 지미는 우연히 조우하고 페어 부문에 꼭 이성끼리만 조를 이뤄야 한다는 규칙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세계 최초로 남성-남성의 페어팀을 구성한 그들은 화려한 복귀를 꿈꾸며 훈련을 시작한다.

2007년 개봉한 이 영화는 미국에서 상영 첫 주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인기를 끌었다. 장난기 가득한 유머가 넘치는 가벼운 영화지만 경기 장면만큼은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코미디영화로는 비교적 많은 제작비인 6100만달러가 투입됐고 고난도 기술을 척척 해내는 배우들의 스케이팅 솜씨도 놀랍다.

민망할 정도로 화려한 의상과 노골적인 율동, 그 어떤 피겨대회에서도 볼 수 없는 ‘은반 위의 요정’이 아닌 ‘은반 위의 짐승’ 남자-남자 페어의 화끈한 무대까지. 웃음만큼은 확실히 책임져주는 영화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