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인턴기자들의 항공생리훈련 체험기
"1초 남기고 눈앞이 완전히 캄캄해졌어요."
동아일보에서 인턴기자로 활약하고 있는 대학생들이 1일 충북 청주시 공군 항공우주의료원에서 조종사들이 받는 '항공생리 훈련'을 받았다. 인턴기자들은 4시간 동안 진행된 훈련에서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신체의 변화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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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유태 인턴기자(서울대 국문과 4학년)
"가쁜 호흡…감기는 눈…1초 남기고 까맣게"
교관의 지시에 따라 한 평 남짓한 중력가속기 속으로 들어갔다. 머리를 뒷좌석에 밀착하고 턱은 최대한 아래로 당겼다. 중력이 가속됐을 때 자칫 고개가 젖혀져 목을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긴장한 탓인지 시작도 안했는데 숨이 차오르는 듯했다. 가속기 앞쪽 상단에 빨간불이 켜져 있었다. 이 불빛을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된다. 불빛이 안 보이는 순간 정신을 잃는 것이다. 가속기가 회전하기 시작했다. 조금씩 압력이 내 몸을 죄어왔다.
"현재 2G." G는 중력상수로서 2G는 중력의 두 배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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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G. 모든 손가락과 발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눈은 자꾸만 감겼다. 의식을 잃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호흡은 더 가빠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합격점인 20초를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해볼 만 했다.
6G. 눈꺼풀이 망막을 덮었다. 앞에 빨간 등과 파란 등이 하나로 겹쳐 보였다. 색깔조차 분간이 안 됐다. 오른쪽 갈비뼈가 옆구리 살을 파고드는 듯하더니 이내 고통이 시작됐다. 그때 헤드폰에서 반가운 소리가 들렸다. "현재 18초, 19초…." '이제 1초만 견디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갑자기 깜깜해졌다. 말로만 듣던 '블랙아웃'이다.
● 조정희 인턴기자(여·연세대 법학과 3학년)
"해발 3만5000피트, 복부가 터질 듯했다."
저압실 훈련이 시작됐다. 80여 분 동안 다양한 고도에서 겪게 되는 저압, 저산소로 인한 고통들을 체험하고 이를 극복해 고공비행에 적응하기 위한 훈련이다.
마을버스 크기의 컨테이너 박스에 인턴기자 3명, 공군 조종사 17명, 그리고 교관 2명이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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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고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귀가 먹먹해져 침을 삼켜가며 귀를 뚫었다. 훈련실 양 끝에 걸린 고무장갑과 풍선이 조금씩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압력이 낮아지면 고무장갑과풍선이 부풀어 오르는데, 이를 통해 기압의 정도를 관찰하기 위해 걸어둔 것이다.
하지만 고무장갑과 풍선만 부푸는 게 아니었다. 내 뱃속도 부풀어 올랐다. 배가 빵빵해지면서 통증이 찾아왔다. 기압이 낮아져 체내 가스가 팽창하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교관이 "옆 사람을 의식해 방귀 뀌는 것을 참아서는 안 된다"고 말하자 여기저기서 '뿡~뿡~' 방귀를 뀌었다. 나는 여자라서 그런 것일까. 이상하게 가스가 차지 않아 가스 배출은 하지 않았다.
풍선과 고무장갑이 3배 정도로 부풀어 올랐을 때쯤 35000피트 정상에 도달했다. 훈련 참가자 전원은 교관의 지시에 따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고 복창했고, 고도는 낮아졌다. 10년 같던 1분이었다.
● 백연상 인턴기자(성균관대 국문과 3학년)
"'쿵' 소리와 함께 몸이 5m 이상 솟구쳐"
헬멧을 쓰고 한 사람도 들어가기 어려울 정도의 좁은 조종석에 앉았다. 목은 뒷좌석에 밀착하고 허리는 곧게 펴고 앉았다. 몇 차례 예행연습을 거친 뒤 실전훈련에 들어갔다. '속도를 줄여라'는 교관의 지시에 왼쪽에 있는 레버를 당겨 속도를 줄였다.
교관의 '파이어(Fire)' 주문에 따라 다리 사이에 있는 고리를 잡아당기자 '쿵'하는 소리와 함께 갑자기 조종석이 5m 상공으로 날아올랐다. 하늘로 솟아오를 때 엉덩이와 허리에 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가슴이 철렁하는 순간이었다. 다시 내려오면서도 맥박은 심하게 뛰었다. 하지만 다행히 성공적으로 탈출했다는 안도감에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