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수출지원 혜택만 256개
공구 제작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A사의 사장은 지난해부터 ‘대기업’으로 신분이 바뀐 게 반갑지 않다. 그만큼 회사가 성장했다는 증거이고, 직원들 사기를 올리는 데도 도움이 되지만 실제 회사를 운영하면서 도움이 됐던 혜택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소기업 대상 국책 연구개발(R&D) 지원금을 받아왔던 이 회사는 이제 R&D 자금을 모두 자체 조달해야 할 처지다. A사는 이로 인해 연간 5억 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사 관계자는 “중소기업 시절에는 R&D에 필요한 자금 중 상당액을 국가에서 받아 회사 돈으로는 기술을 시험하는 장비만 샀지만 이제는 비용 전액을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며 “과거에는 거래처에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고가 장비가 없다’는 얘기도 할 수 있었지만 이제 그런 말을 하면 ‘회사가 어렵냐’는 의심만 받는다”고 말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지난해 12월 작성한 ‘중견기업 규제 개선 과제 정리 보고서’에서도 정부의 정책지원에서 소외되는 것이 큰 문제로 지적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일단 중소기업에서 졸업하면 KOTRA를 비롯해 각종 지방자치단체 등이 제공하는 중소기업 대상 수출지원제도 366개 중 256개에서 빠지게 된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