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규준’ 오늘부터 시행이사회의장 매년 새로 뽑아경영진 의장겸직 어렵게
금융지주회사와 은행은 앞으로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하되 경영진과 유착하지 못하도록 매년 새로 뽑아야 한다. 만약 금융지주회사의 최고경영자(CEO)나 은행장이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려면 이사회 회의를 주재할 별도의 선임사외이사를 둬야 한다. 사외이사들은 본인과 이사회, 직원 등 3자 다면평가를 받아야 하며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성과연동주식(스톡그랜트), 성과급 등 경영성과에 연동된 보수를 받을 수 없게 된다.
전국은행연합회는 25일 이런 내용이 담긴 ‘은행 등 사외이사 모범규준’을 26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은행계 지주회사는 당장 3월 정기 주주총회부터 모범규준을 반영해 새로운 이사회 의장과 사외이사 등을 선출해야 하기 때문에 은행 지배구조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모범규준에 따르면 이사회 의장의 임기는 1년으로 하되 연임이 가능하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1년마다 지배구조를 평가해 보완하자는 취지”라며 “경영진이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지 않기를 바라는 뜻도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CEO가 이사회 의장까지 겸직하는 사례가 많아 경영진의 독단을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들이 도리어 경영진의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모범규준은 지난해 말 KB금융그룹의 차기 회장 선출을 둘러싸고 관치(官治)금융 논란이 촉발된 가운데 마련돼 금융계의 관심이 컸다. 당시 금융당국은 모범규준이 확정된 뒤 회장을 선임할 것을 KB금융그룹에 권고했으나 KB 측은 모범규준이 나오기 전에 선임 절차를 강행해 당국과 마찰을 빚었다.
노태식 은행연합회 부회장은 “은행 간 합의 사항이어서 향후 각 금융회사가 자체적으로 정관에 반영해 준수할 것으로 보인다”며 “준수하지 않을 경우 금융감독원의 경영실태 평가 때 지배구조 부문 평가에서 상당한 불이익이 가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