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태국에서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 시험지를 빼돌린 학원 강사가 입건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학원 강사와 대학생들이 조직적으로 SAT 시험지를 유출한 사건이 또 일어났다. 이들은 23일 한국에서 치러진 SAT에 응시해 시험지를 한 장씩 찢거나 공학용 계산기에 입력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유출했다. 이들의 ‘시험지 도둑질’은 지난해 10월 이후 벌써 네 번째라고 한다. 경찰은 이들이 시차를 이용해 미국에 있는 한국 유학생들에게 시험지를 사전 유출했는지 수사하고 있다.
미국 대학에 진학하는 국내 학생이 크게 늘면서 SAT 부정 의혹은 전부터 제기돼 왔다. 이번에 드러난 부정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는 학부모와 학생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 지난번 SAT 시험지를 유출한 학원에서 학부모들은 “기왕에 노출된 문제이니 우리 아이에게도 보여 달라”고 했다고 한다. 도를 넘은 이기심과 도덕불감증이다.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해도 나한테만 결과가 좋으면 된다는 학부모 아래서 자란 아이들이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을 졸업한들 나라와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우리 사회에서 법과 규칙을 지키는 게 손해라는 인식이 만연한 것은 이런 비뚤어진 풍조와 무관하지 않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교육에 무관심한 일부 미국 학부모에게 ‘한국 부모들을 본받으라’고 자주 언급하는 것은 우리 학부모들의 교육열을 두고 하는 말이다. 자식에게 최고의 교육을 시키려는 교육열은 결국 인재를 만들어내고, 자원 없는 나라가 고도성장을 이룩하는 동력이 됐다. 그러나 열심히 공부해 좋은 성적을 얻는 것과 시험지를 도둑질해 부정을 저지르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광고 로드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