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적 편향 단체 논란 넘어‘별도 모임’ 자체가 신뢰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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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대검찰청의 한 검사는 정치권의 ‘우리법연구회’ 해체 요구 소식이 실린 신문을 가리키며 “우리법연구회는 억울한 구석이 많다”고 말했다. 법조인들 사이에서 손꼽히는 좌파 성향의 학회들은 정작 신문에 이름조차 오른 적이 없는데, 우리법연구회가 초창기 회원들의 유명세 때문에 대표적인 진보성향 판사 모임으로 찍혀 몰매를 맞는다는 이야기였다.
실제로 서울 용산참사 미공개 수사기록 열람·등사를 허가한 이광범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제외하면 최근 논란이 된 무죄 판결을 내린 판사들 가운데 우리법연구회의 전현직 회원은 없다. 한 소장 판사는 “어느 신문에서 우리법연구회 소속 판사의 판결이 잘못됐다며 비교 대상으로 삼은 사건의 재판장도 우리법연구회 회원이었다”고 말했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우리법연구회를 과거 군(軍) 내 사조직인 ‘하나회’에 빗댄 데 대해서도 판사들은 “법원 내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을 굳이 비교한다면, 우리법연구회는 다른 엘리트 학회들에 비해 밀리는 편”이라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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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법연구회 해체 논란의 배경에는 상식에 맞지 않는 ‘튀는’ 판결을 내놓고 있는 법원에 대한 불만이 깔려 있다. 우리법연구회가 실제로 이념적으로 편향된 단체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판사들이 ‘○○○ 정신’을 받들자고 주장하는 모임을 만들고 그 모임 회원들이 대거 법조계 요직을 차지하는 모양새가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는 국민으로서는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 법원의 판결은 지연, 학연은 물론 어떤 형태의 인연으로부터 초연해야 하는데 법원 내부에서조차 ‘주류’ 운운한다면 순수하게 보기 어렵다. 대법원은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를 지키고 불필요한 논란을 끝내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답을 내놓아야 한다. 또한 차제에 법원 내의 여러 연구모임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법조계에서는 일부 판사나 변호사들이 같은 연구모임 회원이란 친분을 이용해 ‘법정 밖 변론’을 한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전성철 사회부 기자 daw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