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프 멜카.’ ‘아!’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올해 45세인 그는 현대 와인 양조의 미켈란젤로라는 찬사를 받은 스타 양조가다. 프랑스 보르도대에서 지질학을 공부하다가 와인과 테루아르(terroir·토질, 토양, 강수량, 일조량 등의 환경적 조건)의 관계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와인의 세계에 빠졌다. 프랑스는 물론 이탈리아 호주의 쟁쟁한 와이너리를 거쳐 오래전 캘리포니아 내파에 정착해 자신의 와이너리도 운영하는 인물이다.
그의 이력을 좇다가 다나 에스테이트가 어째서 이 젊은 양조가를 영입했는지 나름 유추해 볼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았다. 힌트는 프랑스 보르도의 페트뤼스와 미국 캘리포니아 내파의 도미너스 에스테이트에서 찾았다. 이 두 곳의 소유주인 크리스티앙 무엑스 씨는 보르도와 내파의 테루아르에 관한 한 최고 전문가라 할 수 있다. 멜카 씨와 오랜 기간 함께 작업을 해 온 인물이다.
광고 로드중
다나 에스테이트는 100점을 받은 와인을 포함해 5종의 와인이 있는데 이 중 2종은 한국의 와인 애호가를 위해 만들었다. 이들 와인의 라벨에는 마치 불교의 윤회 회귀사상을 말하는 둥근 원도 있고, 단아한 인상의 백자도 그려져 있다. 나머지 3종의 라벨에는 12개의 연꽃이 피어 있다. 이 포도원에서 와인에 담아내려고 하는 정신과 철학을 말해주는 상징들이라 하겠다.
와인에 이런 정신과 철학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와인만 잘 만든다고 될 일이 아니다. 오랜 시간 무엑스 씨와 함께 일을 해 ‘작은 무엑스’로도 불리는 멜카 씨는 오래전부터 무엑스 씨를 통해 자연스레 동양적 감성을 넓혀 왔을 가능성이 크다.
사람을 알아갈 때는 이력서에 적힌 경력 외에도 성장 배경이나 주변 사람과의 관계 등을 통해 더욱 심도 있는 이해가 가능해지듯 와인도 마찬가지다. 조금 수고스럽더라도 와이너리와 그 와인을 만든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갖고 와인을 마시다 보면 딱딱한 와인 정보에서는 얻을 수 없는 흥미로운 무언가를 분명 얻을 수 있다. 와인도 아는 만큼 더 맛있다.
김혜주 와인 칼럼니스트
광고 로드중
온다 도로 (Onda d'Oro) 2006
다나 에스테이트가 국내 와인 애호가를 대상으로 만든 와인 중 하나다. 내파의 카베르네 소비뇽만을 재료로 만들었다. 부드러운 타닌감과 유려한 산도의 알맞은 균형 덕에 지금 마셔도 큰 무리가 없다. 연간 생산량은 4000병. 와인명은 이탈리아어로 금빛 물결(파도)을 의미한다. 라벨 속 문양과 와인명이 서로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