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세 국내 최고령 프로농구선수 LG 이창수
국내 프로농구 최고령 선수인 LG 센터 이창수(앞)가 자신보다 16세나 어린 KCC 하승진을 제치고 골밑슛을 노리고 있다. 이창수는 20년 넘는 농구 인생에서 결코 스타인 적은 없었지만 꾸준한 자기 관리로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코트를 지키고 있다. 사진 제공 LG 세이커스
선배-동료 떠난 코트 홀로 지키려니 쓸쓸
나에겐 한경기 한경기 모두가 특별해요
시간은 잘도 흐른다. 1990년대 초중반 뜨거웠던 농구대잔치 시대에 이어 1997년 시작된 프로농구는 벌써 10년을 훌쩍 넘겼다. 한때 화려한 조명을 받았던 스타도, 별 빛을 못 본 후보 선수들도 어쩔 수 없는 세월의 힘에 밀려 하나둘 떠나간 코트. 그곳에 아직 그는 버티고 있다. 올해 나이 41세. 프로농구 국내 최고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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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스타는 아니지만 그는 여전히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낸다. 19일 전자랜드전에서 올 시즌 최장인 29분 37초를 뛰었고 자신의 시즌 최다 득점(6점)을 올리는 한편 상대 공격의 핵인 서장훈을 잘 막아 팀 승리를 도왔다.
지난해 모비스에서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뒤 은퇴의 기로에서 다행히 LG로 와 선수 생활을 연장한 그는 “전자랜드전에 유난히 큰 의미를 두진 않는다. 한 경기 한 경기가 모두 특별하다”고 말했다.
LG 강을준 감독은 고민 끝에 그를 불렀는데 활약은 기대 이상이다. 지난 시즌보다 두 배 가까운 경기당 평균 11분 50초를 뛰고 평균 득점과 리바운드도 지난 시즌 1.2점, 0.6개에서 2.3점, 1.8개로 좋아졌다.
강 감독은 “원래 수비가 좋은 선수인데 요즘 더 좋아졌다. 주로 서장훈, 김주성(동부), 하승진(KCC) 같은 국내 최고의 선수들을 막는 역할을 맡기는데 무척 잘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항상 열심이고 몸 관리도 철저히 해 후배들에게 귀감이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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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화위복이랄까. 간염 진단 이후 술, 담배는 입에도 대지 않는 습관이 오히려 그의 ‘장수’를 도왔다. 그는 “체력적으로 한 경기에 15∼20분 뛰는 것은 아직 문제없다”고 말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지도자의 길을 걷고 싶은 게 소망이다.
농구계에 친한 선수가 있느냐는 물음에 목소리가 작아졌다. “예전엔 있었는데 지금은 주위에 아무도 없네요.”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