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앞둔 삼성생명 주가 고공행진… 장외 153만원 돌파외환위기때 2조4500억 주고삼성생명주식 233만여주 보유
○ 속도 붙는 상장 작업, 주가는 고공행진
삼성생명이 상장 작업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올해 대형 생보사들의 기업공개 일정이 줄을 이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대한생명이 3월 상장을 목표로 준비 중이고 일본 2위인 다이치생명, 아시아지역 최대 생명보험사인 AIA 등 해외 대형 생보사들도 상반기에 잇따라 상장에 나설 계획이다. 비슷한 시기에 상장이 몰리면 먼저 상장하는 쪽이 투자자금 조달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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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급등에 따른 부담감으로 20일부터 주가는 소폭 하락했지만 상장 일정이 구체화되면 주가가 다시 최고가를 경신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진투자증권 서보익 수석연구원은 “삼성생명의 주가가 이미 적정 가격을 넘어섰다는 지적도 있지만 업계 1위라는 후광을 감안할 때 앞으로 상장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가격이 좀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의 공모가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현재 시장 상황이라면 공모가가 최고 120만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삼성생명의 시가총액은 24조 원이 된다. 이는 현재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보험업종 전체의 시가총액(19조 원)을 넘는 규모다. 시가총액 5위인 KB금융(22조 원), 6위인 신한지주(20조 원)와 자리다툼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 삼성차 채권단 수천억 원대 차익
삼성생명의 상장이 이뤄지면 기존 주주들은 상당한 평가차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주당 20만∼30만 원의 장부가격으로 삼성생명 주식을 보유해 온 삼성자동차 채권단은 대규모 특별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은행, 산업은행 등 14개 금융기관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삼성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2조4500억 원을 긴급 수혈하는 대신 삼성생명 주식을 받았다. 당시 주당 70만 원의 가격을 쳐 2조4500억 원을 부담한다는 취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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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들의 차익 실현은 현재 법원에서 진행되는 삼성그룹과의 조정이 마무리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차 채권단은 삼성생명 상장이 미뤄지자 2005년 원금과 연체이자를 포함해 4조7380억 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내 부분 승소했으나 양측이 불복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삼성과 채권단은 공모가가 일정 수준을 웃돌면 양측의 갈등이 무리 없이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원금과 지연이자를 모두 해소하려면 공모가가 120만 원 이상은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주식을 팔아 이익을 실현하는 시기는 조정절차가 마무리된 뒤 각 기관의 사정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