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고-창덕여중, 교사 개축 갈등
서울시교육청은 2007년 교실이 부족하다는 창덕여중 측 요청에 따라 개축 공사를 승인했다. 당시 이화여고는 물론이고 창덕여중도 새로 짓는 건물이 여고와 너무 가깝다는 이유로 지난해 9월 설계변경을 요청했다. 두 건물 간 거리는 15m 정도다. 하지만 사업을 맡아 진행한 중부교육청은 “3년 넘게 진행해온 적법한 행정 절차라 기존 설계안을 변경하기는 어렵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이에 창덕여중은 중부교육청의 지원으로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했고 이화여고는 이에 반발하다 결국 소송을 제기했다.
8일 법정에서 이화재단과의 1차 심문을 마친 중부교육청의 입장도 강경하다. 중부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건물을 리모델링하면 여중 학생들은 결국 몇 년 동안 공사판에서 수업을 받아야 할 상황”이라며 “이미 들어간 예산만 21억 원이어서 재정 낭비 문제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또 “심지어 동일 대지 내에서 함께 운영하는 초등학교나 중고교도 전혀 문제없이 수업하고 있다”며 “학교 간 서로 다른 타종 소리 등이 수업에 방해되지 않도록 건물 사이에 수림대를 조성하고 이화여고에서 원한다면 방음벽도 설치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화여고 측은 방음벽이 효과도 불확실한 데다 미관상의 문제도 있어 이를 거부하는 상황이다.
광고 로드중
이화여고는 1886년 한국 최초의 여성교육기관으로 창립해 올해로 124년째 정동에 머무른 터줏대감이다. 1945년 경성제3공립고등여학교로 개교한 창덕여중은 1949년 교명을 바꾼 뒤 1973년 종로구 재동에서 중구 정동으로 이사했다. 두 학교는 담장을 사이에 둔 채 37년간 이웃으로 지내왔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