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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臧文仲은 其竊位者與인저 …

입력 | 2010-01-15 03:00:00


‘논어’ ‘衛靈公(위령공)’의 이 章(장)에서 공자는 臧文仲 개인을 평가한 말 속에 보편 이념을 담았다. 其∼與는 감탄과 추정의 어조를 드러낸다. 不與立은 더불어 서지 않았다는 말로, 함께 조정에 서지 않았다는 뜻이다.

장문중은 魯(노)나라 대부로 성은 臧孫(장손), 이름은 辰(진)이다. 仲은 字(자), 文은 시호다. 三桓(삼환)의 세력이 강하지 않을 때 활동했는데, 지혜롭다는 평판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제후가 지닐 卜龜(복구)인 蔡(채)를 지녔고, 사당의 기둥머리에 山(산) 모양을 조각하고 동자기둥에 마름 문양을 넣었다. 그래서 ‘公冶長(공야장)’에서 공자는 그를 비판했다.

여기서 공자는 장문중을 ‘竊位한 자’라고 심하게 꾸짖었다. 柳下惠의 어짊을 알면서도 그를 朝廷(조정)에 서도록 추천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유하혜는 이름이 展獲(전획)인데, 字가 禽(금)이어서 展禽이라 부른다. 柳下는 封地(봉지)나 號(호)다. 齊(제)나라가 노나라를 침략했을 때, 유하혜는 장문중에게 작은 나라로서 큰 나라 섬기는 방도를 일러주었다. 또 노나라 동문 밖에 爰居(원거)라는 바닷새가 날아와서 장문중이 새에게 제사지내려 하자, 국가전례를 명분 없이 더하지 말라고 설득했다. 夏父弗忌(하보불기)가 僖公(희공) 신위의 반열을 올리려 했을 때는 귀신의 도리와 인간의 도리를 모두 범하게 된다고 만류했다. ‘맹자’에서는 유하혜를 和(화)를 이룬 성인이라고 칭송했다.

范祖禹(범조우)는, 정치를 맡은 장문중이 현명한 이를 알지 못했다면 지혜가 밝지 못한 셈이요 알고도 쓰지 않았다면 현명한 이를 가린 셈이 되는데, 현명한 이를 가린 죄가 더욱 크다고 했다. 우리 사회의 지도층 가운데는 竊位한 사람이 없으리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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