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볼’ ‘슬램덩크’ ‘보노보노’한국기술로 만들어 한국 유통온라인 판권도 국내기업 손에
14일 공개되는 ‘드래곤볼 온라인’은 일본 유명 만화 ‘드래곤볼’을 원작으로 제작된 온라인 게임이다. 원작이 일본 만화지만 게임 제작 및 유통은 한국이 주도했다. 사진 제공 CJ인터넷
일본을 대표하는 이 만화가 '드래곤볼 온라인'이라는 온라인 게임으로 제작됐다. 일본 콘텐츠이기에 일본에서 제작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개발 기간 6년 동안 작업은 대부분 한국에서 진행됐다. 제작도, 게임 유통도 모두 한국이 주도했다. 일본보다 한국에서 먼저 게임이 공개된다. 온라인 게임을 만드는 데 있어 일본은 한국의 힘을 빌리고 있는 셈이다.
● '수입'해 보던 일본 만화, 한국 온라인 게임으로 재탄생
하지만 일본 내 온라인게임 제작 기술론 역부족이었다. 그러던 중 반다이는 온라인게임 강국인 '한국행'을 결심했다. 반다이와 함께 게임 제작을 맡은 일본 내 게임 제작사 NTL은 한국에 사무소를 차렸고 한국인 직원까지 채용했다. 현재 전체 직원 70명 중 한국인 직원은 60명이다. 게임 장르도 한국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가장 각광 받는 '다중접속온라인게임(MMORPG)'으로 잡았다.
NTL의 온라인 총괄 담당 타키야마 코지 PD(43)는 "원작의 느낌을 살리면서도 우정, 의리, 협동 등 한국 사회에서 중시되는 이념들을 게임 속에서 강조해 최대한 '한국화'했다"고 말했다. 게임의 배급을 맡은 CJ인터넷의 한 관계자는 "일본, 미국 등 세계 시장으로 서비스 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게임 유통회사였던 구름인터랙티브는 1990년대 국내에 농구 열풍을 몰고 온 일본 만화 '슬램덩크'를 3D 스포츠 게임으로 개발 중이다. 아기자기한 동물 캐릭터로 인기를 얻었던 일본 만화 '보노보노'는 국내 게임개발회사 '바른손크리에이티브'에서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게임으로 제작 중이다.
한국이 일본 인기 만화의 테스트베드가 됐다는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해 국내 온라인 게임 수출액은 10억6729만 달러로 국내 전체 게임 수출액의 97%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일본 비중이 21%로 중국에 이어 2위다.
특히 게임 개발 과정에서 한국이 단순히 하청업체가 아니라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국내 게임 개발 업체들은 일본 만화 원작자에게 1차 판권료만 주고 온라인 게임에 대한 판권은 대부분 개발사와 유통업체가 갖게 된다. '보노보노'는 제작사인 바른손크리에이티브가 온라인게임 판권을 90% 이상 가진다.
구름인터랙티브 최종원 기획전략실장은 "콘텐츠 강국인 일본과 기술 강국인 한국이 만나 서로 필요한 점을 보완하는 것"이라며 "특히 온라인 게임 시장이 발달한 한국은 일본에게 있어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강대 게임개발원 이재홍 교수는 "콘솔 산업에서 우위를 차지했던 일본이 한국의 기술을 앞세워 온라인게임 산업을 시작하고 있다"며 "한국도 기술력만 내세우지 말고 자체 콘텐츠를 개발해 게임을 개발하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