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등 마케팅-판매 참여고객-브랜드 유대감 높여
13일 현대백화점 신촌점 ‘게스진’ 매장에서 ‘세일슈머’로 나선 대학강사 고시환 씨(오른쪽). 고 씨가 고객에게 청바지 종류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 현대백화점
주부 김진영 씨(37)는 13일 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뒤 현대백화점 신촌점으로 바삐 발걸음을 옮겼다. 쇼핑을 하기 위해서? 아니다. 그는 이날 ‘세일슈머(salesumer)’로 변신했다. 김 씨는 현대 신촌점의 여성의류 브랜드 ‘비지트 인 뉴욕’의 단골손님이다. 이날은 이 매장의 판매사원이 돼 고객을 맞이했다.
“이 ‘폭스조끼’는 크게 입으면 어깨가 넓어 보여요. 꼭 맞게 입으셔야 예뻐요. 한 번 입어 보시겠어요?” 그는 지난번 구매해 입은 ‘폭스조끼’에 관심을 보이는 고객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 상품을 소개했다. 김 씨는 “내가 사서 입어본 옷의 장점을 다른 사람들에게 얘기해줄 수 있어서 좋고 색다른 경험이라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날 현대 신촌점에는 ‘스테파넬’ ‘CK진’ ‘띠어리’ 등의 브랜드 매장에 22명의 ‘세일슈머’가 나타났다. 이 중 10명은 주부이고 나머지는 학생, 자영업자, 회사원 등이다. 참가자 가운데 남성은 ‘파코라반’ 매장 고객인 김민근 씨(30·자영업)가 ‘청일점’이다.
‘게스진’ 매장에서는 대학강사인 고시환 씨(46)가 손님에게 부츠컷과 스키니진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었다. 고 씨는 “매장에 투입되기 전에 매니저에게 ‘안녕하십니까. 어서 오십시오, 고객님’ ‘안녕히 가십시오’라는 인사법을 배웠다”면서 “맨투맨으로 손님을 대하면서 고객심리를 직접 느껴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여성의류 브랜드 ‘데시데’ 매장의 ‘세일슈머’ 주부 이수지(65) 왕화자 씨(66)는 박유진 숍 매니저가 고객들에게 상품을 안내할 때 옆에서 ‘추임새’를 넣으며 거들었다. “이 집 옷을 입어보면 참 편안하고 예뻐.” 이들은 이날 한 고객에게 109만8000원짜리 ‘퍼(fur)조끼’를 판매했다. ‘온앤온’ 매장에서 일한 메이크업 아티스트 김기선 씨(36)는 “매장과 진열상품이 손님일 때와는 다르게 보인다”면서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매니저의 고충도 알게 됐고 이 브랜드에 대한 애착이 더 강해질 것 같다”고 웃었다.
이날 참여한 ‘세일슈머’ 22명은 ‘일당’ 10만 원을 소년소녀가장 돕기 행사에 기부했다. 현대백화점 측은 앞으로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세일슈머’ 참여 행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세일슈머(salesu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