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수증기 끌어올려 한반도에 눈 폭탄중국-몽골 모래먼지 서북풍 타고 날아와
○ “이동성 저기압 때문에…”
다른 해에 비해 유난히 많은 눈과 짙은 황사. 전혀 다른 두 가지 기상현상이지만 이유는 같다. 모두 ‘이동성 저기압’이 한반도를 지나가면서 생긴 현상이라는 점이다. 4일 수도권에 내린 폭설은 한반도 남쪽에서 올라온 저기압이 원인이었다. 1.5km 상공에 따뜻한 공기를 몰고 온 저기압이 바다에서 수증기를 잔뜩 끌어올린 채 한반도에 상륙하면서 5km 상공에 머물러 있던 영하 30도 내외의 찬 공기와 만나 눈구름이 급격하게 발달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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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쪽엔 강추위, 남쪽엔 온기가 원인
기상청은 아직 정확한 분석이 끝나지는 않았지만 올겨울 저기압이 예년보다 많이 한반도를 지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저기압이 다른 해보다 더 많이 지나가는 이유는 한반도 서북쪽은 매우 찬 공기가 자리 잡은 반면 동남쪽은 상대적으로 따뜻한 공기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남쪽과 북쪽의 기온차가 크게 날 경우 두 공기를 섞어 온도차를 줄이기 위한 대류의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이 현상이 이동성 저기압이다.
한반도 서북쪽 시베리아 지방에서는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내린 폭설이 녹지 않아 다른 해보다 차가운 공기를 머금은 고기압이 더 강하게 발달했다. 게다가 최근 북극 지방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나면서 북극의 한기를 가둬놓는 공기의 흐름이 약해져 북극의 한기가 한반도로 내려왔다. 최근 강원 철원지역 기온이 영하 26.8도까지 내려가는 등 추운 날씨가 지속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면 같은 시기 일본은 기온이 0도 내외로 비교적 포근했다. 태평양의 수온이 정상보다 1.9도가량 높은 ‘엘니뇨’ 현상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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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은 폭설이나 짙은 겨울 황사가 앞으로 더욱 많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북극에서 이상 고온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엘니뇨 현상도 올해처럼 태평양 동쪽이 아닌 가운데 지역에서 관측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기상청 정준석 기후예측과장은 “지구온난화의 현상 중 하나가 기상현상이 매우 극단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라며 “여름철 폭우처럼 겨울철에도 폭설이 내리는 빈도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