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은 이름조차 별명이래요 ㅋㅋ
올 시즌 일본프로야구에서 뛰게 된 지바롯데 김태균의 별명은 다름 아니라 ‘김별명’. 워낙 별명이 많아서다. 심지어 ‘태균’이라는 이름조차 부모님이 붙여주신 ‘별명’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등장했다. [스포츠동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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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 자본주의사회는 이미지를 소비한다. 이미지를 구축하는 핵심도구가 바로 언어다. 언어와 비주얼에 의해 실체가 규정돼 버리는 세상이다. 스타는 곧 이미지를 팔아서 대중에게 어필한다. 별명 또는 애칭은 스타의 이미지를 압축한다. 마이클 조던은 ‘황제’, 타이거 우즈는 ‘천재’의 이미지가 그 이름을 듣는 순간 자동 생성된다. 우즈의 성 추문이 그토록 시끌벅적한 이유도 이미지가 깨졌기 때문일 것이다.
○상징성 혹은 리더십의 압축
이승엽(요미우리)은 국민타자라 회자된다. 국민투표로 선출된 바 없지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 타자라는 상징성이 담겨있다. 박찬호 역시 ‘코리안 특급’이었다. 태극기와 조국을 각인시키는 명예로운 애칭이지만 정작 당사자는 부담감을 호소할 때가 있다. 위세가 전만 못한 지금은 언론도 이 수식어가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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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조범현 감독은 지난해 ‘조갈량’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상대적으로 개성이 약했던 조 감독은 그 별명에 걸맞게 첫 우승을 일궜다. 삼성 선동열 감독과 두산 김경문 감독은 이름을 차용해 ‘선’(SUN)과 ‘문’(MOON)으로 통용된다. 롯데 로이스터 감독은 ‘검은 히딩크’ 또는 ‘로이스터 매직’으로 조합된다.
○외모 혹은 분위기를 빗대
주로 동물류와 접목되는데 대표적으로 삼성 김응룡 사장의 애칭 ‘코끼리’가 있다. ‘코 감독’, ‘코 사장’으로 더 자주 불릴 정도다. 김재박 전 LG 감독은 ‘여우’로, 전 삼미의 장명부는 ‘너구리’로 널리 알려졌다. 박찬호의 사형으로 알려진 오렐 허샤이저는 근성이 강해서 ‘불독’으로 불렸다.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에 입단한 이범호는 개그맨 오지헌과 닮아서 ‘F4’를 패러디한 ‘꽃범호’로 유명하다. 일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타자 마쓰이 히데키는 ‘고질라’, 은퇴한 랜디 존슨은 ‘빅 유닛’이었다. 이에 빗대 김병현은 ‘스몰 유닛’으로 통했다. KIA 최희섭은 ‘빅 초이’, 롯데 이대호는 ‘빅 보이’, SK 이만수 수석코치는 ‘헐크’, 두산 이종욱은 ‘종박’(옹박의 패러디), LG 박명환은 ‘배추’로서 친숙하다.
○이름 또는 특징을 빗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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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커가 특장인 케빈 브라운은 ‘케빈 싱킹 브라운’으로, 슬라이더의 조용준(히어로즈)은 ‘조라이더’로 익숙하다. 한국에서 가장 빠른 직구를 던졌던 SK 엄정욱은 ‘와일드싱’, 야쿠르트 임창용은 ‘뱀직구’, 날카로운 스윙의 SK 김재현은 ‘캐넌히터’로 각인돼 있다.
이외 두산 김선우는 ‘서니’, KIA 서재응은 ‘나이스 가이’, SK에서 은퇴한 조웅천은 ‘성실맨’ LG 박용택은 ‘쿨가이’, 롯데 조성환은 ‘캡틴 조’ 등으로 분위기에 걸맞은 애칭을 지녔다. 두산 고영민은 ‘2익수’라 평가받는 수비범위 덕택에 ‘고제트(고영민+가제트)’, 롯데 용병 가르시아는 모 아니면 도식의 스윙 때문에 ‘갈풍기’(가르시아+선풍기, 단 잘할 때는 ‘강림신’으로 추대된다), LG 이병규는 설렁설렁 걷는 걸음걸이 탓에 ‘라뱅’(동네슈퍼에 라면 사러 가는 듯한 발걸음+이병규의 ‘병’을 ‘뱅’으로 비꽈서)으로 풍자된다.
○진화하는 별명
지바롯데 김태균은 별명 자체가 ‘김별명’이다. ‘김질주’, ‘김꽈당’, ‘김해결’, ‘김의리’ 등 붙이면 다 별명이 된다. 심지어 김태균조차 부모님이 지어주신 별명이란다. 언론에서 일방적으로 닉네임을 지어주던 시대를 지나 이제 인터넷을 매개로 팬이 별명을 붙일 수 있는 기술 환경과 트렌드가 형성된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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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