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 소개된 평양역 북쪽의 집무 건물은 김정일의 숙소가 아니다. 그는 관저를 여러 개 사용한다. 자주 가지 않는 곳엔 각종 시설을 해 상주하는 곳으로 보이게 하고, 그가 머물 것으로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곳에서 지낸다.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는 위성에 찍히지 않도록 지하통로만 이용한다. 외부로는 자신과 닮은 ‘가짜 김정일’이 돌아다니게 한다는 첩보도 있다.
▷한국과 미국의 정보기관이 북을 상대로 하는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가 김 위원장의 동선(動線) 추적이다. 북한 노동신문과 중앙방송 등에 보도된 그의 방문처를 10여 년간 모아 분석하면 자주 가는 곳과 하루·주간·월별·연간 동선이 나온다. 근접 경호원과 관저 경비원 등 탈북자들의 진술은 공개되지 않은 동선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여기에 미국의 KH-12 첩보위성으로 찍어온 사진 정보를 보태면 그가 유사시 은신할 수 있는 장소도 대체로 파악된다. 한때 한미 정보기관은 30분 시차를 두고 김 위원장 동선을 완벽히 추적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핵 개발과 관련해 긴장이 고조되면서 지금은 그 이상일 것이다.
이 정 훈 논설위원 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