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노크 7년… 화천 화악산서 몸 만드는 최향남
투수들은 한겨울 추운 날씨에는 어깨 보호를 위해 공을 던지지 않는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최향남에게는 하루하루가 놓치기 아까운 시간들이다. “나이가 들수록 쉬면 안 된다. 회복이 그만큼 더뎌지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낮에도 영하 10도를 밑도는 강원 화천군 화악산에서 최향남이 캐치볼을 하고 있다. 화천=이헌재 기자
작년 다저스 트리플A서
9승2패 평균자책 2.34
눈부신 활약에도 승격 못해
산행의 위험을 알리는 간이 표지판이 나왔다. 개의치 않고 넘어간다. 그렇게 15분쯤 더 가자 기자는 벌써 체력이 다했다. 두 선수는 개의치 않고 잘도 뛴다. 5분 정도 더 올라가니 육중한 철조망이 다시 한 번 통행금지를 알린다. “눈이 많이 와서 그런가 봐요.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죠”라고 한다. 휴∼. 죽었다 살아난 느낌이다.
화악산 중턱에 자리 잡은 지인의 집으로 돌아왔다. 단거리 달리기를 하잔다. 300m 정도 되는 언덕길을 전력 질주한다. 한 번 뛰고 나니 머리가 핑 돈다. 해발 500m가 넘는 곳이라 산소가 부족한 탓이란다. 둘은 서너 차례 더 뛰더니 눈밭에서 캐치볼을 시작했다. 30여 분간의 캐치볼을 끝내자 하체 강화 훈련이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LA 다저스 산하 트리플A 앨버커키에서 거둔 성적은 9승 2패에 평균자책 2.34. 눈부신 활약이었지만 그는 끝내 메이저리그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그는 “내가 상대해 잡아냈던 선수들 중 상당수가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다. 내겐 기회가 오지 않았을 뿐이다.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이기에 열심히 준비하며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어느덧 불혹 나이 됐지만
내달 빅리그캠프 초청받아
감독에 자신감 보여줄 것
지난해 그는 평균 138km의 직구로 57과 3분의 2이닝 동안 삼진을 77개나 잡았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 최향남은 “공 하나를 던져 보면 이 타자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감이 온다. 예전에는 밸런스가 좋을 때만 좋은 공을 던졌지만 지금은 나쁜 컨디션에서도 좋은 밸런스를 찾을 수 있는 노하우가 생겼다”고 했다. 던지면 범타가 나오는 코스를 여러 곳 가지고 있고 거기에 공을 꽂아 넣을 제구력이 된다는 얘기다. 그는 “다저스의 투수진이 두껍지만 뚫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다저스가 아니라면 다른 팀으로의 트레이드를 통해 빅리그에 도전할 수도 있다”고 했다.
화천=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