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은 계속됐다. 기술의 진보로 DVD가 비디오테이프를 빠르게 대체했다. 그는 다시 DVD로 몽땅 바꿨다. 하지만 공짜 애호가들은 영화도 거침없이 내려받았다. 지난해 그는 매장 한쪽에 홍삼 제품을 진열해 팔더니, 급기야는 최근 ‘폭탄 꼬치와 DVD’란 간판을 새로 내걸었다. 그의 아내까지 출근해 밤낮으로 꼬치를 굽는다. 홍삼과 DVD의 동거가 뜬금없었다면, 꼬치와 DVD의 한 살림은 안쓰럽기까지 했다.
그는 말했다.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의지로 불법 콘텐츠 다운로드를 막았다면 이렇게까지 고생하지 않았겠죠. 중소 상인들이 시대 흐름을 따라잡으려면 정보가 필요한데 이 작은 가게 안에서 정보를 얻기란 너무나 힘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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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소소한 희망은 남아 있다. 한 줄에 1000원짜리 김밥을 파는 이 동네 김밥집은 석 달 전 카페풍 인테리어로 새롭게 단장해 인근 대기업 계열 빵집으로 향하던 고객층까지 새로 잡았다. ‘즐거운 마트’란 이름의 동네 슈퍼는 매일 아침 주요 신선식품 가격 정보를 고객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보내준다.
올해 유난히 고생한 국내 중소 상인들이 새해엔 활짝 어깨를 폈으면 좋겠다. 무턱대고 그들에게 자생력을 키우라는 말이야말로 무책임한 것이다. 정부와 대기업은 ‘지는 업종’에 생계를 걸고 있는 우리 이웃들이 사회 변화를 빠르게 감지하고 대비하도록 도와야 한다. 그것이 서민들이 진정 원하는 ‘서민 프렌들리’다.
김선미 산업부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