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를 보는…’ 새해 기획전연경방문 200돌… 테마별 접근
‘추사(秋史)를 보는 열 개의 눈’.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추사 김정희(1786∼1856) 전시가 열린다. 그동안 보아온 추사 전시와는 접근이 다르다. 추사의 연행(燕行) 200주년을 기념해 내년 1월 8일부터 3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화봉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다.
추사는 1809년 10월부터 1810년 3월 청나라 수도인 연경(燕京·지금의 베이징)을 다녀왔다. 20대 초반의 추사에게 연경의 학문과 문화는 새로운 경험이었고 이것은 조선 학예의 흐름을 뒤바꾸는 계기가 됐다.
전시를 기획한 여승구 화봉책박물관장과 박철상 ‘그림과 책’ 공동대표의 면면도 흥미롭다. 여 관장은 재산을 털어 책을 수집해오고 있는 대표적인 고서 컬렉터이고 은행원이자 한학자인 박 씨는 국내의 대표적인 추사 전문가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② 가계 추사는 명문가 출신으로 한양의 양반을 뜻하는 경화세족(京華世族)이었다. 경화세족은 18세기 조선의 문예부흥을 이끌었고 그 한 축을 추사가 담당했다. 영의정을 지낸 고조부 김흥경의 글씨, 추사의 벼루를 그린 이한복의 그림 등 15점 전시.
③ 교유 추사의 가정교사 역할은 박제가가 맡았다. 연행을 통해 만났던 청나라의 대학자 옹방강(翁方綱), 완원(阮元)은 추사의 스승이 되어 추사의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옹방강의 강의록, 완원의 글, 다산 정약용의 편지 등 추사와의 교유를 보여주는 유물 29점 전시.
⑤ 여항인 18, 19세기 문예부흥을 주도한 세력 가운데 하나는 중인 출신 문예인인 여항인이었다. 이들은 ‘송석원시사’와 같은 시모임을 만들었고 추사와 교유하고 배우면서 조선의 문화를 이끌었다. 송석원시사 사진, 여항문인 문집과 그림 등 22점을 전시한다.
⑥ 저술 추사는 실사구시의 정신을 담아 저술을 남겼다. 추사가 가장 먼저 간행한 저술은 두보의 시 중 100수를 직접 뽑아 출판한 것. 추사 시학의 핵심이 담겨 있는 책이다. 옹방강이 학문하는 자세를 담아 써 보낸 글씨를 비롯해 후학들이 편집한 추사 관련 문집 11점을 선보인다.
⑦ 인장 옛 선비들에게 인장은 하나의 정신이었다. 조선시대 추사만큼 인장에 관한 글을 많이 남긴 사람은 없다. 추사는 중국과 조선의 인장을 수집하고 스스로도 인장을 많이 소유했다. 그가 소유했던 인장을 찍어놓은 책 등 13점 전시.
⑧ 서법 추사 예술정신의 핵심 가운데 하나가 글씨다. 추사 글씨는 독창적인 데다 힘이 넘친다. 그는 연행을 통해 서법의 본질을 탐구하기 시작했고 유배의 시련을 거쳐 글씨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추사의 ‘계당서첩’을 비롯해 다양한 간찰, 현판 등 38점 전시.
⑩ 세한도 추사는 1840년 제주도에 유배됐다. 추사는 책과 서화로 외로움과 시련을 극복했다. ‘세한도’도 그렇게 태어났다. 자신을 잊지 않고 항상 책을 보내주는 제자 이상적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한 그림. 세한도(복제품)와 추사의 글씨 등 15점 전시.
내년 1월 9일∼2월 25일 추사 김정희 그리기 대회, 1월 8일∼3월 1일 추사 작품 무료 감정 행사가 열린다. 02-737-0057, 1159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