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유태오는 영화 ‘여배우들’에서 ‘고현정의 애인’으로 얼굴을 알렸지만 앞으로는 ‘연기자 유태오’로 더 많은 이름을 알릴 기세다.
‘낭만적 활동에서 열정적 활동으로.’
신예 유태오의 2010년 포부를 굳이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그렇다. 영화 ‘여배우들’에서 고현정의 남자친구로 등장해 단박에 모은 여성 관객들의 시선은 유태오에게 그런 포부를 갖게 했다.
‘여배우들’에서 유태오는 독일 출신 신인 연기자이기도 하다. 실제로도 유태오는 독일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농구 선수로 자랐다. 그래도 국적은 어엿한 대한민국이다. 광부와 간호사로 1970년대 독일로 건너간 부모님의 손길 아래 자라난 그는 무릎 부상으로 코트와 이별했다.
“운동선수 출신이 연기를 하면 좋은 건 일단 몸을 아끼지 않는다는 거다. 또 코트에 서면 그게 내 무대인 셈인데 내가 날 이기고 뭔가 해냈다는 걸로 박수를 받는다”는 그는 “나의 허영심을 버리고 발전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연기로 행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미국에서 공부하던 시절 숱하게 본 작품들 가운데 ‘안녕하세요 하느님’, ‘미안하다 사랑한다’ 등 한국 드라마도 있었다. 2006년이었다. 한국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된 그는 6월 한국으로 날아왔다. 미국에 머무르던 시절 알게 된 이재용 감독과의 인연이 ‘여배우들’에 출연한 계기가 됐고 이는 한국을 무대로 연기의 나래를 펴게 한 첫 작품이 됐다.
“부끄럽고 민망하다”며 한국영화에 출연한 소감을 건넨 그는 특히 “어설픈 우리말 연기”가 아쉽기만 하다고 했다.
하지만 유태오는 외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으로선 상당히 능숙하고 정확한 우리말을 할 줄 알았다. 그래도 그는 성에 차지 않나보다. 매일 2∼3시간씩 책을 소리내 읽으며 발음 연습을 한다. 심지어 한자성어까지 익히고 있다.
“꿈? 있지만 지금 얘기할 수 없다. 신인이 어떻게 그런 얘길 할 수 있나?” 신인이니까 더 당당하고 자신감을 가져야 하지 않겠느냐며 다시 물었다. “… …. 한국 배우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배우상을 받는 거다.”
“힘든 건 무엇을 하든, 어디에 있든 힘들다”며 “스스로 할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믿는 그의 꿈은 황당하게 들려오지 않았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