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극복 발판 마련 2009 경제계 말말말
2009년은 한국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 재도약하는 계기를 만든 해였다. 연초부터 글로벌 경제위기 충격이 컸지만 자동차 수출은 오히려 늘어났고 2분기(4∼6월)쯤부터는 반도체 등의 수출이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하반기에는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기업도 여럿 나왔다. 하지만 이 과정이 모두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아직 경기는 금융위기 이전만큼 회복되지 않았고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불씨가 남아있다. ‘말’ 많았던 2009년 한국 경제, 각계 인사들의 ‘말’을 통해 되돌아본다.
○ 끊이지 않은 ‘일자리’ ‘투자’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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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경제계가 발끈하기도 했다.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7월 열린 전경련 하계 포럼에서 “사회 각층에서 기업에 투자를 갈구하고 있지만 분위기가 조성돼야 투자가 보장된다는 것을 일깨워야 한다”며 “국회는 제 할 일을 안 하고 싸움판을 벌이고 있고 정치는 어디로 갔는지 흔적도 없다”고 말했다.
올여름은 투자 공방뿐 아니라 비정규직법 시행을 둘러싼 논란으로도 뜨거웠다. 민주당 소속의 추미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비정규직법 시행을 2년 유예하자는 여당 주장에 반대하면서 “2년 동안 제대할 날짜만 쳐다보고 열심히 했는데 제대 하루 전날 2년 더 복무해야 한다면 복종하겠느냐”고 말했다.
갈등적인 노사관계에 대한 산업계의 반성도 있었다. 쌍용차 노조의 파업이 끝난 8월, 쌍용차 임직원은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이유는 잘나갔던 시절 자만심에 사로잡혀 오만하게 굴고 철없이 행동했던 대가가 고스란히 되돌아온 것이라 생각한다”는 내용의 사죄문을 평택 시민들에게 배포했다.
○ 위기 탈출 ‘서프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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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자신감을 보였다. 윤 장관은 9월 “(내년 이후 한국 경제는) 회복 상태가 유지되는 ‘루트기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강만수 대통령경제특보는 10월 전경련 초청 강연에서 “환율 효과와 재정지출 효과를 빼면 실상은 우리 기업들이 창업 이래 최대 적자를 보고 있는 ‘마이너스 서프라이즈’ 상황”이라며 “내년 더블딥이 불가피하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경제계가 위기를 맞는 자세는 대규모 해고로 사회 문제를 낳았던 1997년 외환위기 때와 달랐다. 기업들은 위기 이후를 내다봤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내년 경영전략 마련을 위한 11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가진 회의에서 “아무리 어렵더라도 도전적인 목표를 세우자”고 독려했다.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한 기업인도 많았다.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미국 워싱턴 특파원 간담회에서 “공대를 키워야 한국 경제가 살아난다”며 실무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3세 경영’ ‘중국’ 등 경제계 화제
삼성, 현대·기아자동차, 신세계 등 주요 기업의 ‘3세 경영인’이 경영 일선에 잇달아 등장한 해이기도 하다. 이들의 부담감은 컸다. 12월 삼성전자의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승진한 이재용 부사장은 올 9월 기자들에게 “내가 피곤하다고 불평할 자격이 있겠는가. 운 좋게 좋은 부모, 훌륭한 선배 많이 만나서 이 자리에 있다”면서도 “부담스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라고 했다. 신세계 총괄 대표이사가 된 정용진 부회장은 승진인사 발표 직후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책임을 막중하게 느낀다”는 말을 거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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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김용석 기자 nex@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