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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서 있다/박혜상 지음/306쪽·1만 원·문학과지성사
2006년 계간 ‘문학과 사회’로 등단한 소설가 박혜상 씨의 첫 번째 소설집. 계약직 근로자, 수능을 끝낸 여고생, 만년 과장, 고철 도둑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군상의 삶을 독특한 상상력과 무게감, 정제된 언어를 통해 보여준다.
표제작인 ‘새들이 서 있다’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변용한 작품. 아버지로부터 오랫동안 성추행을 당해온 여고생 딸, 그리고 그로 인해 회복되기 힘든 충격에 휩싸인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다. 아버지와 딸 간의 도착적인 관계는 사회적 금기를 위태롭게 오가면서 소설적 긴장과 비극을 고조시킨다. 낯설고 불편한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음울한 상징들과 서사의 밀도는 끝까지 시선을 붙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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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한때 기승했던 고철 도둑들의 삶을 다룬 ‘쇠붙이들’, 경제공황 이후 폐허가 된 미래사회의 모습을 사이버 세계와 난민수용소란 대비적 공간을 통해 보여준 ‘토마토 레드’, 어린이대공원에서 벌어졌던 코끼리 탈주 사건을 다룬 ‘코끼리 한 마리는 어디에 있나’ 등이 수록됐다. 문학평론가 이수형 씨는 해설에서 “기성의 가치 체계가 구획해 놓은 경계를 넘나드는 상상력, 좀 더 구체적으로 카니발화의 상상력을 보여주고 있다”며 “지금 우리 사회의 세태를 젊은 감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