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0년간 의사상자 576명… 20, 30대가 절반 넘어뱃일 배우던 27세 양석원씨, 동료 구하려 검은 바다로…동생 “하늘서도 남 돕겠죠”
고 양석원 씨는 지난해 한국자원봉사센터 소속 1365 중앙구조단 단원으로 태안 기름유출 현장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사진 제공 고 양석원 씨 가족
2월 28일 오후 4시 40분쯤 경남 통영시 욕지도 남동쪽 35마일 해상. 근해유자망 어선 24t급 대양호 선원 정모 씨(48)가 어구를 던지다 그물에 발이 걸려 바다로 추락했다. 동료 선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 이 배에서 일한 지 9일밖에 안 된 양석원 씨(27)가 바다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석원 씨의 사투는 무위로 끝났고, 시커먼 바다는 2명을 삼켰다. 석원 씨는 양 씨의 큰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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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아들을 제주시 애월읍 야산에 안장했다. 대대로 물려받은 땅이다. 아버지는 사무치도록 아들이 그리우면 산소를 찾는다. 행여 잡초가 산소를 덮을까 봐 조바심을 낸다. 그는 “녀석이 군대를 마친 다음 복학을 포기하고 서울로 가겠다고 했을 때 잡지 못한 게 두고두고 한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동생 호근 씨(25)는 “형은 하늘나라에서도 남을 위해 봉사하고 있을 것”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게 일상으로 돌아오겠지만 형의 의로운 정신만큼은 결코 잊혀선 안 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6월 살신성인의 용기와 행동을 몸소 보인 석원 씨를 의사자(義死者)로 선정하고 보상금을 지급했다. 석원 씨의 죽음은 제주도의회가 ‘제주도 의사상자 예우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만드는 계기가 됐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