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의 마법사’ 주연 맡은 차세대 디바 임혜영 씨가창력 바탕 가족 뮤지컬 선택“편견 버리고 다양하게 배워야죠”‘미스 사이공’ 여주인공 낙점도
뮤지컬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 역을 맡은 배우 임혜영 씨. 그는 “‘오즈…’ 속 판타지 세계를 아역 배우 22명, 강아지 ‘토토’와 함께 신나게 누비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전영한 기자
아담한 체구와 영롱한 목소리를 지닌 뮤지컬 배우 임혜영 씨(27)는 ‘딱 도로시’였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오즈의 마법사’에서 주인공 도로시 역을 맡은 그가 ‘무지개 너머(Over the Rainbow)’를 부를 때 관객은 그에게서 눈과 귀를 뗄 수 없다.
그가 올해 8월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를 마친 뒤 차기작으로 오즈의 마법사를 선택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의아하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브로드웨이…’에서 주인공 페기 소여 역을 호연해 좋은 평을 받았던 그가 ‘진지한’ 작품이 아니라 쉬워 보이는 가족 뮤지컬을 골랐기 때문이었다.
‘오즈…’에서 임 씨는 회오리바람을 타고 공중으로 휙 날아오른다. ‘서쪽마녀’와 착한 마법사 ‘글린다’도 하늘을 난다. 배우는 밧줄과 연결된 하니스(harness)라는 특수의상을 입는다. 무대 요원인 ‘플라잉 크루’가 이 밧줄을 잡아 당겼다 놓았다 하면서 배우를 하늘로 올린다. 보통 배우 1명당 2명의 플라잉 크루가 붙는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는 폭이 넓고 천장이 높아 건장한 청년 6명씩이 동원된다.
“배우가 가만히 서 있는 상태에서 밧줄을 당기면 날아가는 듯한 포즈를 잡기가 어려워요. 관객들에게 보이지 않는 무대 옆면에서 힘차게 발을 굴려 달려가야 자연스럽게 비행할 수 있답니다.” 서울시뮤지컬단의 이지향 기획실장은 “특수의상을 입은 채 허공에 매달리기 때문에 몸 곳곳에 물집이 잡히는 등 배우가 고생이 많다”고 말했다.
‘오즈…’에서 임 씨와 함께 가장 많이 등장하는 배우는 진짜 강아지 ‘토토’.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요크셔테리어 ‘토토즈’가 활약 중이다. 강아지가 공연 도중 다른 배우를 향해 짖거나 들고 다니는 바구니에서 뛰어내리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늘 돌발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그는 “처음에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무대에서 도로시에만 집중할 수 없어 힘들다”며 웃었다.
뮤지컬 ‘오즈의 마법사’ 공연 장면. 왼쪽부터 사자(박봉진), 도로시(임혜영), 허수아비(고준식). 사진 제공 서울시뮤지컬단
“아직 여러 작품 가운데 마음에 드는 걸 고를 처지는 아녜요.(웃음) 욕심이 많은 배우는 작품을 고를 때 객관성을 잃기 쉽죠. 최대한 냉정하게 생각하고 오디션을 보러 가요. 한계와 편견이라는 벽을 하나씩 넘어서는 중이랍니다.” 28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3만∼5만 원. 02-399-1114∼6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