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이코노미스트 5명이 말하는 2010년 韓美경제미국 봄까지 고실업… 한국은 견고한 성장세 예상
미국 월가의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의 실업률이 향후 수개월 동안 더 악화돼 약 10.5%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또 이 같은 실업사태로 미국의 경기회복 속도가 둔화돼 내년 말까지 금리 인상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반면 한국 경제는 내년에 수출이 늘고 내수기반이 확대되면서 견고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동아일보는 데이비드 위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수석 이코노미스트, 켄 골드스틴 콘퍼런스보드 이코노미스트, 존 프라빈 푸르덴셜금융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레슬러 노무라인터내셔널 수석 이코노미스트, 손성원 캘리포니아대 교수 등 전문가 5명을 e메일 또는 전화로 인터뷰해 내년 미국경제와 한국 등 글로벌 경제에 대한 전망을 들어봤다.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실업률이 10월 10.2%에서 지난달 10.0%로 하락하면서 고용시장이 개선되기 시작했다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하지만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은 한결같이 미국의 실업 사태가 최악의 국면을 지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미국 기업들이 아직 고용을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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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은 이 같은 고실업 사태가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를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푸르덴셜금융의 존 프라빈 씨는 “높은 실업률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선뜻 금리인상에 나서지 못하도록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 될 것”이라며 “FRB는 최소한 내년 4분기까지는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무라인터내셔널의 데이비드 레슬러 씨 역시 “실업률 때문에 2011년 3월까지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성원 교수는 실업률이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내년 중반에 금리 인상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실업률과 더딘 경기회복에도 경제성장률이 잠시 오르다가 다시 하락하는 ‘더블 딥’은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견해였다. 프라빈 씨는 미국은 내년에 △재정지출을 통한 경기부양 △낮은 금리 △재고 증가 △주택경기의 소폭 회복 등으로 3.3% 정도 성장할 것이라며 “더블 딥 우려는 거의 없다”고 전망했다. 골드스틴 씨와 레슬러 씨 역시 같은 견해를 제시했다. 다만 손 교수는 “경기부양책으로 살아난 경기가 회복세를 지속하려면 민간소비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더블 딥 가능성을 25% 정도로 본다”고 지적했다.
한국 경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위스와 프라빈 씨는 “글로벌 경제의 회복과 금융시장 호전 등으로 한국 경제의 여건이 개선되고 있으며 이 같은 추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프라빈 씨는 “한국경제가 내년에 수출 증가와 건설투자 확대 등으로 4% 수준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드스틴 씨는 “한국이 중국이나 인도보다 더 적극적으로 탄소경제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더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회를 한국에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한국은 내년에 내수와 수출이라는 양 날개 덕분에 5% 정도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면서도 “△노동시장 여건이 좋지 않고 △중소기업들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가 어렵고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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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