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정책 제안→선거 공약화 노력→정치자금 후원→의원 불러 이행 점검→다음 선거 반영
2006년 5월부터 1년 7개월 동안 군수 선거를 세 번이나 치를 정도로 비리사건이 잇따랐던 경남 창녕군에서 ‘매니페스토(정책선거) 운동’이 뿌리 내리고 있다. ‘바른 선거를 위한 창녕군민 모임(창녕바선모)’이 주도하는 이 운동은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린다.
○ 새로운 정치 실험
최근 창녕군청 대회의실에서는 주민과 공무원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녕발전 7대 정책공약 이행 점검대회’라는 이색 행사가 열렸다. ‘주인(유권자)’이 ‘심부름꾼(국회의원)’인 한나라당 조해진 의원(46)을 불러 선거 공약을 잘 지키고 있는지를 따지는 자리. 행사는 석종근 바선모 고문(진해시선거관리위원회 관리계장)이 정책선거에 대한 특강을 한데 이어 경과보고와 공약 추진 상황보고, 질의 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또 “지하철 노선 연장이 당장 어려우면 인근 대구 달성군 현풍까지라도 끌어와야 한다”거나 “4대강 살리기 사업 낙동강 보(洑) 이름에 ‘창녕’이 빠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나라당 대변인인 조 의원은 “지역 현안에 대한 주민 관심이 구체적이었다”며 “약속을 다시 챙겨 보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 매니페스토 사이클 8단계 도달
창녕바선모는 ‘주민 정책 제안→후보자에게 반영 요구→후보자 공약화→공약 검증 토론회→공약 감안 투표→주민 정치자금 제공→당선인 공약 이행 노력→이행 상황 점검→다음 선거 반영’ 등 자체적으로 설정한 매니페스토 사이클 9단계 가운데 8단계까지 잘 진행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무엇보다 주민 노력이 컸다. 공약을 제시했을 뿐 아니라 정치후원금 4300여만 원도 기탁했다. ‘심부름 값’을 주고 일을 시키겠다는 취지.
‘새 정치실험’ 교과서에 실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