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의료행위”한의사協 “무자격 시술 의료법 위반” 경찰에 고발“순수 자원봉사”‘뜸사랑’ 회원들 “노인-장애인 도와줬을뿐”
○ “돈 없는 노인들 도와줬는데…”
수서경찰서는 가난한 노인들에게 무료로 뜸과 침을 놔준 자원봉사자 128명을 조사하고 있다. 11월 말부터 시작해 현재 100여 명을 조사했으며 이들 중 일부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조사 대상자가 128명이나 돼 하루에 10명 넘게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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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의사로 이뤄진 대한개원한의사협의회가 “이들의 활동은 불법의료행위”라며 8월 3일 수서경찰서에 뜸사랑 회원들을 고발했다. 국내 의료법 27조는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침과 뜸은 한의대를 졸업해 국가고시를 통과한 정식 한의사만이 시술할 수 있다. 정식 한의사 자격증이 없어 대체의학에 해당되는 김 옹의 뜸 요법과 이 뜸 요법을 시행하는 뜸사랑 회원의 봉사활동은 불법인 셈이다.
○ “자원봉사라도 불법은 불법”
경찰은 지난달 26일 뜸사랑 자원봉사 사무실을 찾아가 각종 진료기록부, 침과 뜸 도구를 압수했다. 경찰은 압수수색에서 얻은 진료기록부 치료 기록에서 뜸과 침을 놔준 자원봉사자 128명의 명단을 확보해 이들을 의료법 위반으로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뜸요법사 과정을 이수한 사람들로 대부분 회사원, 주부, 노인 등이었다. 15일 경찰 조사를 받은 이모 씨(60)는 “가난한 노인, 장애인을 도우며 무료로 봉사하는데 경찰에서 죄지은 사람 취급받으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의사들은 ‘봉사행동이라도 불법은 불법’이라는 주장이다. 대한개원한의사협의회 최방섭 회장은 “봉사활동이라도 불법이라면 용인돼서는 안 된다”며 “이들은 민간자격증인 뜸요법사 과정을 이수했다고 하는데 법률적으로 의사처럼 의료행위를 하는 민간자격증은 없다”고 밝혔다. 대한한의사협회는 “뜸사랑이 돈을 받고 뜸요법사를 양성한 뒤 자원봉사 형태로 세력 키우기를 하고 있다”며 “이런 점 때문에 순수한 자원봉사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양쪽의 주장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는 경찰은 “선의의 봉사를 했는데 경찰 조사를 받아 자원봉사자들이 억울한 부분이 있겠지만 현행법상 위반이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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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학과 한의학을 제외한 영역인 대체의학에 대한 논쟁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민간요법, 자연요법 등 국내에서 대체의학으로 불리는 치료법은 70여 종에 달한다. 국내 대체의학 논쟁의 중심에는 김남수 옹이 있다. 그는 1943년 자신의 이름을 딴 ‘남수 침술원’을 개원한 후 수십 년간 수많은 환자를 치료했다. 뜸사랑 회원은 수천 명에 이른다. 하지만 김 옹은 지난해 침사 자격증만 갖고 불법으로 뜸 치료를 했다며 고발당했고 환자를 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김 옹의 뜸, 침 요법을 배운 사람이 많아지고 이들의 활동이 두드러지면서 한의사들이 의료법 위반을 지적하고 나온 것. 이에 따라 각종 고발이 이어졌다.
현재 헌법재판소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금지한 의료법 조항과 관련해 1건의 위헌법률심판 사건, 2건의 헌법소원 사건을 각각 심리 중이다. 지난달 12일에는 의사면허가 없는 사람의 대체의학 시술을 금지하는 의료법 조항에 대한 공개변론도 헌법재판소에서 열렸다. 부산지법은 무면허로 침을 놓다가 기소된 김모 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위헌 제청을 했다. 부산지법은 “모든 무면허 의료행위를 치료 결과에 상관없이 일률적, 전면적으로 금지한 건 과잉규제로 환자의 생명권과 치료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보건복지가족부 측은 “의료면허제도는 무분별한 의료행위로부터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합리적 장치”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가짜 상술과 미래의 치료법에 대한 구별은 필요하다”며 “의사와 한의사가 공동 작업을 통해 대체의학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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