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원 은행 빚 모두 상환…“파워 되찾자”간 커진 CEO들 오바마가 불러도 회의 불참
“전화로 참여해줘서 고맙습니다.”
14일 백악관에서 월가의 9개 대형 금융회사 경영진과 회동을 가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스피커폰에 대고 이렇게 말한 뒤 회의를 시작했다. 당초 참석하기로 했던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페인, 모건스탠리의 존 맥, 씨티그룹 리처드 파슨스 회장 등 최고경영자(CEO) 3명이 참석하지 않아 이들을 전화로 연결해 스피커폰으로 회의를 했다. 이들은 타려던 비행기가 공항 안개 때문에 출발이 지연돼 회의에 불참했다.
뉴욕타임스는 15일 대통령이 스피커폰으로 CEO들에게 얘기하는 장면이 월가와 정부 간 힘의 균형이 다시 월가 쪽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CEO들이 정말 중요한 회의라고 생각했다면 전날 출발하거나 철도를 이용해서라도 참석했을 것”이라며 “1년 전 헨리 폴슨 재무장관이 회사마다 100억∼250억 달러 구제금융을 주겠다며 워싱턴으로 오라고 했을 때는 단 한 명도 늦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금융위기 이후 미 정부에서 구제금융을 받아 생명을 유지하는 대가로 간섭을 받았던 대형 은행들이 이제 정부의 손에서 벗어나게 되자 그동안 정부 쪽에 기울었던 힘의 균형도 다시 월가로 돌아오는 양상이다. 뉴욕타임스는 “납세자들이 월가의 주인이었을 때 정부가 금융회사 임직원 보수제한을 비롯한 금융권 개혁을 마무리했어야 하는데, 오바마 대통령은 파워를 휘둘러보지도 못한 채 상황 종료를 맞게 됐다”고 분석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