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교육청 이걸우 교육감 권한대행(오른쪽) 등 관계자들이 ‘대구 학생 저자 3981명의 책 잔치’에 전시된 다양한 저술활동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 대구시교육청
271쪽 분량으로 제법 두툼하지만 18세 소녀 13명이 각자 자신의 꿈을 그렸거나 생활 주변을 돌아보는 내용이어서 마치 여고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듯하다. ‘어느 몽상가’(서윤정)를 비롯해 ‘천재 귀염둥이의 세계’(장보영), ‘자유연상접속장치’(권진욱), ‘나비의 날갯짓’(진유정), ‘들어가도 될까요?’(조민정), ‘우주를 보는 소경’(강윤희), ‘기억의 편린’(김효진)…. 초중학교 때 쓴 일기며 문학노트, 부모님 사진, 수업시간에 발표한 내용, 독후감, 10년 뒤 자신의 모습을 상상한 내용 등이 그대로 책이 됐다.
만화에 소질이 있는 최태영 양은 ‘사실은 난 살고 싶었어요’라는 제목으로 청소년 자살 문제를 다룬 만화를 그렸다. 20여 쪽의 만화를 통해 청소년의 고민을 꽤 깊이 있게 들여다봤다. “나는 인간의 괴로움을 사랑한다. 한 사람의 마음이라도 변화시킬 수 있다면 수백만 명의 인생을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 저자의 말이다.
학생들의 책 쓰기는 반짝 이벤트가 아니다. 2006년부터 시작한 ‘아침독서 10분 운동’이 ‘삶 쓰기 100자 운동’으로, 나아가 ‘학생 저자 10만 양성’으로 점차 뿌리 내리고 있는 것이다. ‘13+1’을 펴낸 경명여고 한준희 국어교사(46)는 “누구나 자신의 삶이 바로 드라마이고 뮤지컬”이라며 “스스로 바깥과 연결하면서 서로 다름을 건너려는 마음가짐이 자신의 스토리이자 창조”라고 말했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23일 동안 서울, 부산, 울산, 제주 등 전국 7개 지역 교사 540여 명에게 학생 글쓰기 프로그램에 대한 연수를 했다. ‘아침독서 10분 운동’을 구상한 대구시교육청 한원경 장학관은 “책 읽기와 책 쓰기가 한몸처럼 이어질 때 대구교육의 힘도 솟아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