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군부의 독재 지탱하는 자금줄 1970년대 이후 ‘군수 경제’ 따로 운영
노동당 간부 백세봉 주도로
자원 독점하며 외화벌이
국제사회와 ‘두더지 게임’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에 번번이 덜미가 잡히고 있는 북한의 무기 수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군부 엘리트가 선군(先軍)정치를 내세운 독재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거의 유일한 생존수단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에 따라 무기 수출을 둘러싼 국제사회와 북한의 숨바꼭질이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 군부 집단의 자체 생존 추구
고위 탈북자들의 말에 따르면 1990년대 이후 ‘고난의 행군’이라는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국가기관들도 스스로 벌어 유지하는 ‘자력갱생’을 하면서 경제적 이익집단으로 변했다. 제2경제는 경제위기 때도 김 위원장의 선군정치와 ‘국방공업 우선주의’를 등에 업고 국내 희소자원을 독점하면서 생존해 왔고 2000년대에도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를 무시하고 무기 수출로 살길을 찾아왔다. 성채기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이번 사건 역시 군 경제의 생존추구 활동의 하나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김정일 통치자금 수혈 노려
이번 무기 수출은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북한 방문으로 북-미 간 양자 대화가 막 시작된 시점에 발생했다. 이를 군부의 독자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전병호 노동당 군수공업 담당 비서와 백세봉 제2경제위원장 등을 통해 김 위원장에게 사전에 보고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정광민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군 경제가 벌어들인 달러의 상당 부분은 김 위원장의 통치자금으로 유입된다”며 “김 위원장은 국제사회의 금융제재로 인한 달러 자금 경색을 탈피하기 위해 국제사회에 단속될 위험을 감수하고 이번 거래를 허락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고지도자는 군부가 희소자원을 활용해 외화벌이를 할 수 있도록 허락하고 군부는 이로 인한 수익의 일부를 헌납하는 ‘호혜와 상납’의 관계는 군 경제가 운영되는 핵심적인 원리다.
2006년 1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결의 1718호를 통해 재래식 무기의 수출까지 금지한 뒤 북한의 무기 수출액은 연간 1억 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올해 2차 핵실험 이후 더욱 강력한 결의안 1874호가 채택된 이후 북한이 무기 수출에 집착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내부 사정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바닷길에 이어 하늘길도 미국의 정보력에 막힌 것에 대해 북한은 내부적으로 놀라움과 허탈감이 클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성채기 연구위원은 “무기 수출은 군 경제의 유지를 위해 포기할 수 없는 활동”이라며 “국제사회가 제재를 강화하면 군 경제는 새로운 출구를 뚫는 ‘두더지 잡기’ 식 대치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