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km 운전해 대회장 찾던 기억 생생키 작은 아빠 때문에… 딸에게 늘 미안”‘김미현 연습장’ 4년만에 개장… “후배 양성 보금자리 될 것”
‘슈퍼 땅콩’ 김미현(왼쪽)의 아버지 김정길 씨는 한국 골프 대디의 원조로 불린다. 김 씨는 1990년대 말 딸을 중고 밴에 태우고 미국 전역을 다니며 온갖 뒷바라지를 했다. 사진 제공 JNA
사연은 김미현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활약하던 초창기인 199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씨가 대회 때마다 딸을 중고 밴에 태우고 운전하던 시절이었다. “한 번 시동을 걸면 5시간 넘게 핸들 잡는 건 기본이었죠. 올랜도에서 코닝까지 2000km를 2시간만 자고 26시간 걸려 간 적도 있습니다. 차 안에서 늘 들으며 흥얼거렸던 노래입니다.”
김 씨는 딸의 뒷바라지를 위해 온갖 정성을 다한 한국 골프 대디의 원조로 불린다. 그런 김 씨가 8일 인천 남동구 고잔동에 ‘김미현 골프월드’라는 대형 골프연습장을 개장했다. 자신의 애창곡처럼 또 다른 내일을 기다리는 과정이다. 김미현이 2∼3년 정도 더 뛰고 은퇴하면 고향 인천에서 유망주를 키워낼 보금자리로 마련한 것이다.
연습장을 완공하는 데 인허가를 포함해 꼬박 4년이 걸렸다는 김 씨는 “복잡한 일이 많아 마음고생이 심했다. 비록 몸은 고단했어도 미국에서 미현이를 따라다닐 때가 훨씬 행복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1960년대 후반 일반 하사로 입대해 18개월간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그 후 인천 송도의 해안초소에서 분대장으로 복무하던 1971년 ‘실미도 사건’ 때 진압군의 일원으로 총격전을 치르기도 했다. 전역 후 부산에서 신발 사업을 하다 1988년 초등학생이던 김미현에게 처음 골프채를 쥐여줬다. 한때 싱글 핸디캡에 69타를 치기도 했지만 딸 뒷바라지에 전념하느라 10년 넘게 골프를 끊고 있다.
8일 인천 남동구 고잔동에 문을 연 ‘김미현 골프월드’. 사진 제공 JNA
김 씨는 골프 선수 자녀를 둔 부모에게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어릴 때 운동에만 매달리면 쉽게 포기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교양과 경험을 쌓아야죠. 자식의 재능을 잘 파악해야 합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