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증시의 고민과 화두는 올해처럼 풍부한 유동성이 계속 이어질 것인가 하는 문제에서 출발한다. 내년 들어 한두 차례 금리 인상이 단행될 듯하지만 2%대 중후반의 콜금리가 증시를 위협하는 고금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더욱이 기업들이 현금을 많이 쥐고 있지만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만큼 주식에 대한 잠재수요는 여전히 탄탄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비슷하다. 특히 선진국은 신흥국보다 금리인상 폭이 훨씬 제한적이거나 인상 시점이 늦어질 확률이 높기 때문에 설비투자 등 실물 쪽의 자금 수요가 많지 않아 ‘현금의 힘’이 여전히 셀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저금리 정책의 끝물에서 국내외 유동성이 증시에 미치는 우호적인 힘은 분명히 올해보다는 한 단계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상장기업의 평균 주당순이익 증가율이 30% 정도로 예측되고 있지만 이런 총량적 수치보다는 어떤 기업이 돈을 벌고 어떤 기업이 어려움을 겪느냐 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더 중요해 보인다. 지금의 경제 환경은 모든 기업이 평등하게 이익을 나눠 갖는 것을 점점 더 용인하지 않는 분위기다. 새해에는 경쟁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국내외 인수합병(M&A)도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그동안 축적된 기업별 내공에 따라 수익창출력이 더욱 벌어져 잘나가는 기업과 뒤처지는 기업이 극명하게 갈릴 것이다. 이에 따라 주가 차별화도 더 심해질 것이다.
결론적으로 내년에도 증시로 흘러들어올 잠재적 유동성은 많지만 금리를 공격적으로 낮춘 올해 상반기만큼 돈의 힘이 강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무조건 폭발적인 유동성 장세만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동시에 기업 간 성장 차별화가 더 강해져 종목별 옥석 가리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내년은 투자자들이 숲(시장)보다는 나무(종목)에 더욱 집중해야 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