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 또 노력하는 이의 사전에 ‘불운’이란 단어는 없다”
고 1 때 찾아온 슬럼프를 극복하고 연세대 상경계열에 합격한 신영 씨. 그는 “치밀한 학습계획이 성적향상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3년 전인 2006년 겨울방학. 인터넷을 통해 대학생 연합동아리 ‘공신’의 멤버인 서울대 의예과 김상윤 씨의 동영상 강의를 보고 있었다. 좀처럼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동영상을 끄려는 찰나 ‘동전 운명론’이 귀에 쏙 박혔다. 무기력에 빠졌던 한 여고생의 운명이 바뀌었다.
전교생 280명 중 130등이었던 이 학생은 이듬해 1학기 중간고사에서 전교 15등을 차지했다. 고3 때는 전교 6등까지 올랐다. 올해 초 한영외고를 졸업하고 연세대 상경계열 09학번이 된 신영 씨(19)의 이야기다.
중학교에서 최상위권을 유지했던 신 씨는 한영외고에 합격했다. 들뜬 마음으로 새 학기를 맞았다. 예상치 못한 슬럼프가 찾아왔다. 학교에선 공부는 기본이었다. 악기 연주, 제2외국어, 춤, 노래까지 끼가 넘치는 학생들이 태반이었다. 신 씨는 “나처럼 공부만 팠던 학생만 있을 줄 알았는데 하나같이 예쁘고 멋진 친구들뿐이었다”면서 “‘나는 어쩜 잘하는 게 하나도 없을까’라는 생각을 항상 했다”고 말했다. 열등감에 사로잡혔다. 월요일이면 학교에 가는 것이 끔찍하게 느껴졌다.
수업시간에는 잠만 잤다. 선생님이 “쟤 또 잔다, 좀 깨워라”라고 말하는 것은 늘 신 씨를 두고 한 말이었다. 시험기간이면 친구들에게 노트를 빌려 복사해 대충 훑어봤다. 1학년 첫 중간고사에서 전교 100등 안에 들지 못했다. 2학기 때는 130등 밖으로 떨어졌다. 1학년 전체 280명 중 해외대학 진학을 목표로 해 내신 성적에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쓰는 유학반 70여 명을 제외하면 중간에도 못 미치는 등수였다.
“매일 밤 엄마, 아빠에게 일반고로 전학시켜 달라고 말씀드렸어요. 아버지는 새벽까지 저에게 ‘조금만 더 버티면 익숙해질 거야. 조금만 더 힘내자’고 말씀하시면서 설득하셨어요. 성적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피폐했던 최악의 나날이 이어졌어요.”
1학년 겨울방학이었다. ‘공신’ 사이트에서 우연찮게 들은 강의는 신 씨가 변화하는 단초가 됐다. 하지만 1년 동안 손에서 책을 놓았던 터라 무엇부터 공부해야 할지 몰랐다. 독일어과였던 신 씨는 학원에 다니면서 독일어자격시험(ZD)을 준비했다. 종일 독일어 공부만 했다. 학원 선생님에게 칭찬도 받았다. 공부에 대해 잃었던 욕구, 특히 승부욕이 살아났다. 학원에서 함께 공부했던 학생 중 유일하게 독일어시험 2급에 합격했다.
2학년이 된 신 씨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하루하루 치밀한 공부계획을 세웠다. 공부할 수 있는 총 시간을 요일 옆에 적었다. 예를 들어 ‘쉬는 시간은 매 교시 10분×7교시=70분, 점심시간 40분, 야간자율학습 4시간=5시간 50분’이라고 적었다. 그리고 공부할 과목의 시간을 영어독해(1시간), 수학문제 풀이(1시간), 사회 교과서 정리(30분), 영어단어(쉬는 시간 각 5분) 등으로 배분했다.
수업시간에는 선생님의 농담까지 필기했다. 졸음이 밀려올 때는 MP3플레이어의 녹음기능 버튼을 눌러 수업을 녹음했다. 쉬는 시간에 녹음한 내용을 다시 들으며 필기하고 친구의 노트를 빌려 빠진 부분을 보충했다.
국어, 영어, 한자, 사회수업 직후엔 5분 동안 핵심노트를 정리했다. 교과서에 필기한 내용 중 가장 중요한 것 위주로 다시 한 번 정리하면서 암기하는 것. 매점에 갈 때는 머릿속에 영어단어 3개씩을 넣고 출발했다.
“겨우 3개씩 외워서 무슨 도움이 되냐고요? 쉬는 시간이 하루 일곱 번이면 총 21개고요. 5일이면 105개예요. 이렇게 10주면 1000개가 넘어요.”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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