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변호사의 70%가량이 소속돼 있는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올해 1월 말 법원의 냉담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현직 판사들의 장단점을 점수로 매겼다. 이른바 ‘법관평가제’를 처음 시도한 것이었다. 법원에 눈치가 보여 참여율이 낮을까 우려도 됐지만 예상보다 호응이 좋았다.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설문에 응한 변호사는 전체 회원의 7.7%인 491명. 현직 판사 456명에 대한 평가서는 비공개를 전제로 대법원에 제출됐다.
법관들의 평균점수는 100점 만점에 75.4점으로 집계됐다. 법정에서 고압적인 태도로 창피를 주거나 변론 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은 판사들은 57점 이하의 점수를 받아 하위 10위권에 꼽혔다. 당시 법원은 “평가서를 곧바로 쓰레기통에 내다 버렸다”며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렇지만 서울변호사회는 “짧은 설문 기간에 비해 높은 참여율과 공정한 평가가 이뤄졌다”며 성공을 자축했다. 올해 초 꾸려진 새 집행부는 1년 내내 법관평가표를 접수하겠다는 의욕까지 보였다.
집행부의 노력으로 최근 들어 평가표 접수는 조금씩 늘고 있다. 그럼에도 올해 말까지 1000명의 목표량을 채워 다음 달 15일까지 대법원에 제출하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그런 가운데 서울변호사회는 최근 “법관평가 결과 중 상위권 우수 법관을 내년 초 공개하겠다”고 선언했다.
한명 한명이 독립적인 헌법기관인 판사를 평가하고 이 중 일부를 공개하기로 한 만큼 평가의 공정성은 더욱더 중요해졌다. 지금처럼 시간에 쫓겨 할당제로 평가표를 채워서는 안 하느니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신영철 대법관 재판 개입파문’ 등으로 올해는 어느 때보다 법관의 신뢰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높다. 법관평가 역시 졸속이 아니라, 법원이 승복할 수 있는 절차의 엄격함을 지켜야 한다.
이종식 사회부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