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일 성남종합운동장 내 기자회견장. 젊고 패기 넘치는 스타플레이어 출신의 한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팀 컬러를 확 바꿔 초보 감독으로서 우승을 노리겠다”고 밝혔다.
성남 일화 신태용 감독(39). 성남은 지난 시즌 6강 플레이오프에서 최강희 감독(50)이 이끄는 전북 현대에 1-2로 져 탈락했다. 패배 직후 신 감독은 김학범 감독을 대신해 지휘봉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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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은 스스로 “축구 인생 최대의 위기”라고 말했을 만큼 자존심을 구겼다. 이때 ‘재활공장장’으로 불리던 최강희 감독이 이동국을 불렀다. 최 감독은 “이동국 정도 되는 선수에겐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며 출전 기회를 보장했다. 이동국은 최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만 20골로 득점왕에 오르며 팀이 1위로 시즌을 마치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전북이 1위를 확정지을 때까지만 해도 이동국은 자신을 내친 신 감독에게 한판승을 거둔 것처럼 보였다. 성남은 시즌 내내 들쭉날쭉한 경기력으로 중위권에 머물렀다. 그러나 챔피언십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성남은 신 감독의 ‘무전기 매직’을 발판삼아 인천 유나이티드, 전남 드래곤즈, 포항 스틸러스를 잇달아 격파했다. 그리고 2일 전북과의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선 전력 열세를 딛고 0-0 무승부를 이끌어냈다.
신 감독은 1차전이 끝난 뒤 “이동국을 방출할 때 미안한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라면서도 “이동국이 정상급 스트라이커지만 우리 팀 색깔과는 맞지 않아 당시 결정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킨 이동국과 최강희, 신태용 감독. 마지막에 누가 웃을지는 6일 열리는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판가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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