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충남지사가 어제 정부의 세종시 수정 방침에 반발해 지사직을 사퇴했다. “세종시 원안 추진에 지사직을 걸겠다는 약속을 수차례 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과 이명박 대통령의 이행 약속을 믿고 원안 이행에 지사직을 걸어온 처지에서 하루 아침에 논리를 바꿔 도민을 설득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원안 변경 여부를 논의하는 과정에 참여한 적도, 참여를 요청받은 적도 없다는 것이 그의 불만이다. 하지만 수정안의 구체적인 그림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과 도민을 위한 해결책을 찾아야 할 지사가 사퇴부터 해버린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비판을 들을 만하다.
▷한나라당 탈당 여부에 대해 그는 “견해가 달라도 당내에서 싸우는 것이 진정한 정당정치”라며 “한나라당을 굳게 지킬 것”이라고 했다. 재선의원을 지내면서 정치인에게 ‘철새’ 전력이 얼마나 무거운 천형(天刑)인지 뼈저리게 느껴본 그는 아무리 거창한 명분을 내세워도 탈당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이 지사가 사퇴 기자회견을 충남도청이 아닌 국회에서 한 것도 뒷말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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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성 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