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의지해 전통자수 30년 외길 이정희씨자수는 세상에 나가는 날개바느질 한 땀서 희망 찾아日 개인전 통해 세계에 알릴것
전통자수공예가 이정희 씨가 2일 전북 정읍시에 있는 작업실 바닥에 앉아 자수틀을 놓고 각양각색의 실로 수를 놓고 있다. 작업실에는 십장생, 용포, 모란꽃 자수 등 30여 개의 작품이 빼곡히 결려 있었다. 정읍=김윤종 기자
2일 전북 정읍시 수성동의 한 상가건물 3층에 위치한 66m²(20평)의 작은 작업실에서 전통자수공예가 이정희 씨(47·여)를 만났다. 이 씨는 휠체어에 의존해야 겨우 움직일 수 있는 1급 지체장애인. 하지만 이 씨는 자신이 만든 자수공예작품을 들고 세계로 나아가는 중이다. 이 씨는 15일부터 24일까지 일본 고베(神戶)대에서 개인전을 연다.
○ 전통자수로 꿈을 이루다
이 씨는 올해로 꼭 30년 동안 자수공예의 외길을 걸어왔다. 이 씨는 3세 때 갑자기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를 쓰지 못하게 된 후 6세 때부터 정읍에서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이 씨는 휠체어를 끌어줄 사람이 없어 학교에도 전혀 다니지 못했다. 17세 때 외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이 씨는 친척 언니 손에 이끌려 전남 장성군 삼계면 사창리 한 시골마을을 방문해 전통자수를 접하게 됐다. 이 씨는 “친척 언니가 자수공예를 하는 선배를 소개시켜줬다”며 “한복을 입고 하얀 학을 수놓고 있는 모습이 마치 선녀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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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느질 한 땀에서 찾은 희망”
이 씨는 자신만의 자수공예를 완성하기 위해 휠체어에 몸을 싣고 국립중앙박물관, 대학박물관, 풍물시장 등 전국을 누비며 전통문양 자료를 찾았다. 고서를 찾아 한국미에 대해서도 연구했고 높이 185cm, 너비 5m의 병풍에 3년에 걸쳐 자수를 했다.
이 씨의 노력은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이 씨는 1996년 전북 전통공예대전에 출품해 특선을 수상한 후 대한민국장애인미술대전 대상 등 총 40회 이상의 공예작품전에 입상했다. 작품이 2004년 청와대에 기증되기도 했다. 올해 4월에는 문화체육관광부에 선발돼 일본에서 전통자수공예품 전시를 하게 됐다. 이 씨는 전통자수 중에서도 궁수(宮繡)를 현대적 감각에 맞게 재현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 씨는 충남 천안시 나사렛대 등에서 장애인에게 자수공예를 가르치는 일도 병행하고 있다.
이 씨에게는 두 가지 큰 꿈이 있다. 자신의 작품을 통해 한국 전통자수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뽐내는 것과 전통자수 공예분야 인간문화재(중요무형문화재)가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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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