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방교섭, 핵갈등에 더 꼬이나
이란과 미국 및 유럽이 핵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영국인 5명이 탄 요트가 걸프 만에서 이란 해군에 나포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영국 외교부는 1일 “올리 스미스 선장(31)을 포함한 영국인 5명이 승선한 요트가 지난달 25일(현지 시간) 바레인에서 출발해 항해하던 중 이란 해군에 나포됐다”며 “이들은 ‘무심코(inadvertently)’ 이란 영해를 침입한 것으로 보이며 현재 모두 건강한 상태”라고 밝혔다.
BBC뉴스 등에 따르면 스미스 선장 등은 선체 길이 약 20m의 경주용 요트를 몰고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로 가던 길이었다. 26일 두바이에서 열리는 두바이∼무스카트(오만의 수도) 580km 요트경주대회에 참가할 예정이었다.
이번 사태를 두고 영국 내부에서는 낙관과 비관적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이란이 영국인을 억류했다 곧 석방했던 과거 사례를 들어 원만한 해결이 날 것이라 점치고 있다. 2007년 3월 영국 선원 15명이 걸프 만 북쪽 공해상에서 이란에 붙잡혔으나 13일 만에 풀려난 바 있다.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스파이로 의심할 어떤 정황도 없어 전통 이슬람 복장을 입고 사진 몇 장만 찍으면 풀려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최근 연이은 이란과 서양사회 간의 핵문제 갈등이 사태를 꼬이게 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이란이 우라늄 농축시설 추가 건설을 강행하자 영국은 누구보다 강력하게 비난의 목소리를 높여 왔다. 인디펜던트는 올해 △미국인 3명이 이란-이라크 접경 지역에서 이란에 체포되자 현재 사법당국이 간첩 혐의로 고발한 것 △이란계 미국인 여기자 록사나 사베리 씨가 징역 8년형을 선고받고 4개월간 구금됐다 집행유예로 석방된 사례 등을 들며 “영국 정부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