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주말드라마 ‘그대웃어요’코믹한 가족이야기 큰 공감
SBS ‘그대 웃어요’에서 톡톡 튀는 여주인공을 맡은 이민정(왼쪽)과 속 깊고 정 많은 남자주인공 역의 정경호. 사진 제공 SBS
이 드라마는 건설업체 회장이던 서정길(강석우)이 부도를 내고 그의 운전사인 강만복(최불암)의 집에 가족 전체가 얹혀살면서 두 가족이 겪는 에피소드를 다뤘다. 당초 30회로 기획됐으나 인기를 끌면서 46회로 연장됐다.
○ 탄탄한 연기력과 명대사
2006년 데뷔 이래 첫 주연을 맡은 이민정은 좋아하는 남자를 향한 20대 여성의 풋풋한 사랑, 어디로 튈지 모르는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연기해 ‘지뢰녀’라는 별명을 얻었다. 정경호는 미묘한 표정 연기로 ‘한국의 짐 캐리 같다’는 평을 듣는다. 또 정 많고 속이 꽉 찬 남자 캐릭터를 잘 묘사해 ‘만두남’으로 불린다. 최불암 강석우 송옥숙 천호진 등 중년 연기자의 호연도 극의 흐름을 매끄럽게 만들고 있다.
시청자들이 곱씹는 명대사도 적지 않다. 17회에서 강현수가 과거 서정경을 짝사랑한 경험을 들려주며 서정인에게 “이런 나라도 돼?”라고 고백하자, 서정인은 18회에서 과거 자신이 한 번 결혼식을 올렸던 경험을 의식하며 “오빠야말로, 이런 나라도 돼…?”라고 답한다.
○ 잃어버린 가치의 재발견
강만복 집안의 거실에는 가훈 ‘분수에 맞게 살자. 정직하게 살자’가 붙어있다. 화장실 문에는 ‘불 꺼!’라고 써있다. 강만복은 극에서 절약, 근면, 가족애 등 현대사회에서 잊기 쉬운 가치를 가르친다.
서정인이 재벌 2세 이한세(이규한) 대신 평범한 집안에서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고 스스로의 힘으로 자리 잡은 강현수를 좋아하는 점도 ‘조건’보다 ‘순수한 사랑’이 좋은 가치임을 내포한다.
○ 드라마와 시트콤의 조화
‘그대 웃어요’를 쓰는 문희정 작가는 MBC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 ‘발칙한 여자들’에서 코믹함을 적절히 섞어 웃음을 줬다. 이번 드라마에서도 ‘시트콤’을 연상시키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강현수가 부엌에서 서정인을 뒤에서 껴안고 있다가 식구들이 들어와 들킬 위기에 처하자 갑자기 서정인에게 ‘헤드록’을 걸고 심한 말싸움을 벌인 장면(19회)이 대표적이다. 극의 전개를 배배 꼬이게 하는 악역도 없다. 문화평론가 이영미 씨는 “3대가 등장하고 리얼리티에 코믹한 요소가 섞여 여러 세대가 즐겨볼 수 있는 드라마”라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