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라산 ‘산정화구호’ 탐방일반인 출입 철저히 막아 태고 신비 그대로 간직‘동수악’은 수량줄어 육지화… “정기적 조사 해야”
제주도 한라산 1550m 지점 산정화구호 소백록담 수면에 수생식물 ‘가래’가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덮여 있다. ‘물가마왓’으로도 불리는 소백록담은 노가리나무 단풍나무 등 빽빽한 숲에 가려 1996년에야 세상에 알려졌다. 제주=임재영 기자
○ 베일에 가려진 산정화구호
빽빽이 늘어선 노가리나무와 단풍나무, 구상나무, 좀고채목 등이 이방인의 출입을 견제했다. 이들 천연림을 비집고 들어가야 겨우 만날 수 있는 소백록담(일명 물가마왓). 백두산의 소천지와 같은 의미를 담아 명명한 이 산정화구호는 수면 면적이 1633m²(약 490평)인 아담한 연못. 산정화구호라기보다 한라산 서북쪽 능선이 갑자기 깊게 파이면서 물을 담아 두는 연못으로 변한 듯하다. 물 위는 마치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수생식물인 ‘가래’가 뒤덮었다. 물가에 높이 10여 cm의 뱀톱, 다람쥐꼬리가 얼굴을 내밀었다. 물가에서 팔을 뻗어 등산용 스틱을 집어넣었더니 1m 이상 빠졌다. 연못 깊이가 상당한 듯했다. 주변에 낙엽활엽수가 우거져 눈에 띄지 않았다가 1996년 모습을 드러냈다. 완충지대 없이 습지와 산림지역이 접한 특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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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음마 단계인 산정화구호 조사
한라산 고산지대 산정화구호와 습지는 산림지대와 수생생태계의 전이지대로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수질 정화뿐만 아니라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는 기후조절 기능 등을 갖고 있다. 노루 등 야생동물에게 생명수를 제공하고 온갖 곤충의 낙원이기도 하다. 동수악은 한라산 식물상 변화를 밝혀줄 열쇠를 쥐고 있는 이탄층(泥炭層)이 가장 잘 발달해 있다. 습지 밑을 파면 금방이라도 수백 년, 수천 년 전의 식물 화석이 나온다.
산정화구호와 습지의 중요성이 날로 더해가고 있지만 학술조사는 1998년과 2008년 두 차례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기초적인 식생조사에 그쳤다. 제주도 환경자원연구원 고정군 박사는 “동식물, 지질, 형성 과정 등에 대해 종합 학술조사를 한 뒤 정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기후변화와 생태계 영향을 직접적으로 볼 수 있는데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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