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사 출마 부시장 대신 후보등록 하러 가다 무장괴한에 납치돼 참변 마긴다나오 주에 비상사태 선포
미국 CNN방송은 “23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남쪽으로 930km 떨어진 민다나오 섬의 마긴다나오 주의 한 산악지역에서 시신 22구가 발견된 데 이어 24일 25구가 더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시신 가운데 상당수는 목이 잘리거나 신체 일부가 잘려나간 상태였다.
피해자 가운데엔 블루안타운십 시의 이스마엘 망구다다투 부시장 부인과 여동생 등 여성 14명과 언론인 12명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내년 5월에 있을 마긴다나오 주지사 선거에 출마할 망구다다투 부시장을 대신해 23일 지방 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 등록을 하러 가던 길이었다. 부시장은 출마 선언 뒤 테러 위협을 받아 신변 안전을 위해 동행하지 않았다. 후보 등록 마감일은 다음 달 1일이다.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은 사건 직후 “문명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만행이 벌어졌다”며 이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대통령이 급파한 필리핀 군경은 시신을 수습하는 한편 진상 파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너선 폰세 군 대변인은 “망구다다투 부시장이 테러 위협을 받은 점을 감안해 ‘정치적 폭력 사건’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은 2007년 중간선거 당시 선거 후보 약 60명이 목숨을 잃을 정도로 정치 테러가 빈번하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현지에서는 아달 암파투안 마긴다나오 주지사가 이번 사건의 가장 유력한 배후로 떠오르고 있다. 내년 선거에 자신의 아들을 후보로 내세울 계획이었던 암파투안 주지사는 아로요 대통령의 측근이자 오랜 정치적 동지이기도 하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