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가 총대’ 비판 불식하고 전면에‘국민과 직접 소통’ 정국 반전 카드로사과 또는 유감표명 수위-형식 고민질의응답때 자연스럽게 나올수도
○ 물러설 수 없는 길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사석에서 “세종시 수정 문제가 불거진 만큼 물러설 수도 없는 것 아니냐. (한나라당의 분열을 우려해) 슬그머니 없던 일로 할 경우 ‘그것도 못하느냐’는 비난이 나올 게 뻔하다”고 했다. 정치적 득실이 불명확한 세종시 문제에 왜 그리 매달리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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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이 “정치적 득실만 놓고 따지면 건드리지 않는 게 나도 편하다”고 토로한 것도 그런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그럼에도 국가 백년대계 차원에서 세종시 수정 필요성을 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고 한다. 양심상 원안대로 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여권 내에서조차 충분히 사전조율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교하지 못한 방식으로 이슈화되면서 정국에 회오리가 몰아쳤고 정치 문제로 변질됐다. 민주당과 한나라당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총리 뒤에 숨는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비등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태풍의 전면으로 나서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통해 세종시 논란에 대한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정치권의 논란도 불식하겠다는 정면승부인 셈이다. 궁극적인 타깃은 세종시 수정에 반대하는 박 전 대표 등이라는 관측도 있다. 대통령이 된 뒤에도 사사건건 박 전 대표와 대척점에 서 있는 것처럼 비치는 게 부담이긴 하지만 우회할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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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솔한 설명의 수위는
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전제를 깔긴 했지만 “세종시를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언급을 한 바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어떤 태도를 밝힐지가 27일 ‘대통령과의 대화’의 최대 관심사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의 사과 가능성에 대해 “아직 그 부분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일단 진솔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겠다는 원칙만 밝히고 있다. 박 대변인은 “(참석자 모두가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미국식 공개토론 방식인) 타운홀 미팅 형식으로, 현장에서 나오는 질문을 다 소화하는 형식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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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다양한 견해를 청취한 뒤 최종 문구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인 맥락은 진솔하게 유감 또는 사과의 뜻을 밝히고 수정 추진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톤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세종시 문제에 대한 이 대통령의 ‘진솔한 설명’은 모두(冒頭) 발언을 빌려서 하는 방안과 질의응답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하는 방안이 함께 고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패널들이 ‘과거에 세종시 원안 고수 발언을 한 적 있지 않느냐’고 물으면 이 대통령은 당시 상황과 현재 고뇌를 설명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 그렇게 되면 유감을 표시하고 이해를 구하는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