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2조원 심의 2주도 안 남았는데
이와 같은 상황에서 내년에도 마지막 보루를 갉아 먹으면서 정부 재정으로 경제성장률을 사는 정책을 지속해야 하는지, 그리고 재정으로 경제성장률을 산다면 얼마만큼의 돈을 쓸지를 결정하는 일은 매우 어려우면서 중요한 문제이다.
또한 국민 여론이 분열되는 대형 국책사업, 그중에서 4대강 사업도 중요한 이슈이다. 4대강 사업이 다른 사업보다 국가적 우선순위가 있는지, 4대강에서 동시에 사업을 실시하는 방안과 사업성과를 보아가면서 순차적으로 실시하는 방안 중에서 어느 쪽이 더 타당한지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
이렇게 큰 이슈 이외에도 외교통일, 연구개발, 건강복지 분야의 예산을 상대적으로 대폭 늘린 대신 산업 및 중소기업, 에너지 분야의 예산을 10% 이상 삭감하는 자원 배분안이 적절한지도 엄격하게 심의할 필요가 있다. 세부적인 항목에서 불요불급한 분야에 예산이 배정된 경우는 없는지, 사업성과가 극히 미미한 분야에 관성적으로 예산이 배분된 경우는 없는지도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
심도 있게 검토할 사항이 엄청나게 많은데 예산안 통과의 법정기일인 12월 2일까지는 2주도 남지 않았다. 292조 원에 이르는 예산을 남의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 아니라 내 호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처럼 세밀하고 엄격하게 살펴보기에는 너무나도 짧은 2주일이다. 휴일을 반납하고 밤을 새워가며 심의하여도 주요 항목조차 제대로 심의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부족한 기간이다. 국민은, 납세자는 내년도에 정부가 국민이 피땀 흘려 번 소득 중에서 얼마만큼을 세금으로 가져갈지, 가져간 내 돈은 어떻게 쓸지 촉각을 곤두세우며 지켜본다.
기한내 처리, 서민 생존걸린 문제
더는 졸속 처리를 답습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올해는 예산안의 법정기일 내 처리가 더욱 중요하다. 국회의원이야 예산안을 제때 처리하지 않아도 월급을 받고 사무실을 운영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겠지만 정부 재정지출에 목을 매는 저소득층에게 예산안의 법정기일 내 처리는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모든 정치적 대결보다 예산안 심의를 우선해야 할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이유이다.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