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실내 사격연습장 화재로 일본인 관광객 8명을 포함해 10명이 숨지고 6명이 중상을 입은 사건은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을 다시 확인시켜 주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이 집단 참변을 당해 ‘관광 한국’이란 말을 하기가 부끄러울 지경이 됐다. 졸지에 참변을 당한 일본인과 한국인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사망자 유족과 부상자들에게도 깊은 위로를 보낸다.
이번 참사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된다. 정부는 이달 11일 내년부터 2012년까지를 ‘한국 방문의 해’로 선포하고 연간 관광객 10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캠페인에 나섰다. 한류(韓流) 같은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아무리 풍부해도 치안이나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 나라를 찾고 싶어 하는 관광객은 많지 않다.
일본 언론은 이번 참사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사격장의 허술한 방재(防災)시설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본에서는 실탄 사격을 할 수 있는 영리 사격장이 법으로 금지돼 있기 때문에 일본인 남성 여행객들은 해외에서 실내사격장을 즐겨 찾는다.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일본인 관광객의 안전 확보를 위해 협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일본인 희생자 신원 확인 및 보상을 비롯한 사고 수습과 유족 지원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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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과 소방 및 전기안전공사는 참사가 난 사격장에 대한 합동안전 점검을 이달 6일 실시했지만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도대체 무얼 점검했다는 것인지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전국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영업하는 사격장이 8곳이나 된다. 이번 기회에 실내 사격장 설비 기준에 방화대책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이번 참사의 원인을 철저히 가려내 유사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