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쌍용차 2, 3차 관계인집회가 열린 서울중앙지법 별관 1호 법정. 올해 1월까지 쌍용차 기획재무부문장을 지냈던 상하이차 본사의 주셴 전 쌍용차 부사장이 통역을 대동하고 고영한 파산수석부장판사 앞에 서서 이렇게 말했다.
주셴 전 부사장은 “삼일회계법인이 작성한 조사보고서는 경영진의 과실이 (쌍용차 부실의) 중대 결함이 아니었다고 했다”며 “쌍용차 측에서도 회생계획안과 관련해 대주주 측에 과대한 손실을 부담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힌 바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재판부는 앞으로도 상하이차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10여 분간 발언 어디에도 ‘책임’이나 ‘유감’이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쌍용차 회생계획안은 산업은행과 쌍용차 협력업체들의 찬성에도 불구하고 해외 전환사채(CB) 채권단의 반대로 부결됐다. 씨티은행과 바클레이스 등 해외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채권단이 현금상환 비율과 이자율이 낮다는 이유로 회생계획안 인가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쌍용차의 경영정상화와 매각 추진은 한 달 이상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융회사가 투자수익을 올리기 위해 높은 변제율을 요구할 수는 있지만 쌍용차 회생을 위해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고 있는 다른 채권단을 제쳐두고 자신들만 특혜를 달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는 지적이 많다. 국경이 없는 글로벌 시대에 외국자본 유치는 고용을 창출하고 기술을 이전받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경영 실패 시 응당 져야 할 책임을 기피하는 외국 자본들도 일부 존재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양날의 칼’을 현명하게 쓰는 지혜가 필요할 것 같다.
김상운 산업부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