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정작 인문사회에 대한 국가적인 학술연구정책을 살펴보면 허탈하기까지 하다. 작년 이명박 행정부는 과학기술기본계획(577전략)에서 2012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5%까지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7대 기술 분야를 집중 육성하며 7대 과학시스템을 선진화함으로써 과학기술 7대강국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역대 정부가 그러했듯 이명박 행정부도 포괄적인 인문사회 발전계획을 제시한 바 없다.
총리 주도로 국가위원회 설립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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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쟁의 소프트파워인 인문사회를 제대로 육성하고 포괄적인 발전계획을 마련하려면 여러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첫째, 인문사회의 국가적 정책추진이 가능하도록 적어도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인문사회위원회(가칭)의 설립이 시급하다. 현재 과학기술분야는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설립되어 과학기술정책의 최고의사결정기구로 운영하지만 인문사회분야는 교육과학기술부 인문사회연구과 산하의 자문기구인 인문사회 학술연구사업 추진위원회가 있을 뿐이다. 이런 홀대(忽待)로는 인문사회의 정상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둘째, 학문 간 통섭과 국가정책의 융합이 가능하도록 학술연구 기획과 평가를 수행하는 국가출연기관으로서 인문사회정책연구원(가칭)의 설립이 필요하다. 과학기술분야에서는 국가 R&D사업을 체계적으로 조사, 기획, 평가하는 데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다. 인문사회분야에서도 글로벌 어젠다와 국가적 이슈를 조사·발굴하여 우리의 지식문화자본을 극대화하도록 인문사회의 공공성과 글로벌 대응성을 강화하는 중장기 국가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정부 각 부처의 연구 사업은 인문사회의 창의력과 융합하여 시너지 효과를 설계해야 한다. 프랑스의 ‘지평(Horizon) 2020’이나 영국의 ‘전략적 선도연구 프로그램’에서 보듯이 선진국에서는 글로벌 이슈와 지역적 문제뿐 아니라 미래 사회의 문제에 대해 학문융합적 지향성을 갖는 각종 정책을 적극 추진한다.
셋째, 인문사회의 중장기 발전을 위한 법적, 제도적 기반을 갖추기 위해 인문사회기본법(가칭)의 제정이 필요하다. 과학기술분야는 이미 2001년에 과학기술기본법을 제정하여 과학기술의 기반조성 및 혁신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했다. 이제 인문사회의 방임시대는 지나갔다. 인문사회는 인간과 사회의 본질과 근원적 문제를 탐구해야 함과 동시에 과학기술처럼 시대가 요청하는 체계적인 지식과 가치, 그리고 문화를 창출함으로써 국가발전과 인류사회에 기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인문사회 기관의 협력체계글로벌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법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인간다운 삶, 경제·과학만으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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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형 이화여대 교수·미국법제사